220년 된 코냑, 경매시작가 44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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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프랑스 파리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역사적인 와인 경매가 열린다. 프랑스의 값 나가는 희귀 와인을 가장 많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레스토랑 투르 다르장(La Tour d갽Argent)이 수백년 모은 와인 보따리를 푸는 것이다. 투르 다르장은 400여년 전통의 파리 최고급 음식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경매 회사 파리 피아자는 20일(현지시간) 갾투르 다르장의 와인 1815종, 1만8000여점을 12월7일과 8일 이틀에 걸쳐 경매한다갿고 밝혔다. 여기에는 레드와 화이트 와인을 비롯 포르토와 코냑 등 증류주까지 다양한 종류의 포도주가 등장하게 된다.

20일 공개된 경매 리스트에 따르면 시중가가 3000유로(약 530만원)를 웃도는 화이트 와인 몽라셰 콩트 라퐁 1989년산과 우리에게도 익숙한 샤토 탈보 1962년산,샤토 페트뤼스 1975년산 등 최고의 명품에 최고의 빈티지가 총망라돼 있다. 이와 함께 100유로 미만의 비교적 저렴한 와인들도 판매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와인 마니아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르 다르장에서 28년째 근무중인 셰프 소믈리에 데이비드 리지웨이는 추천사에서갾이번 경매는 최고 와인을 고르기 위해 25년간 진행해온 노력의 산물갿이라면서 갾누구나 잘 아는 최고 명품 와인부터 덜 알려졌으나 품질이 우수한 와인들을 엄선했다갿고 말했다. 이번 와인 경매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건 1788년산 코냑 갻클로 뒤 그리피에갽다. 무려 220년 전에 빚은 술로 희귀성 때문에 시중가도 없고 전문가들조차 경매 예상 가격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날 경매의 하이라이트가 될 클로 뒤 그리피에 코냑의 경매는 2500유로(약 440만원)부터 시작한다. 1875년산 아르마냑 세 병도 선보인다.

이밖에 1898년산 로마네 생비방과 1937년산 샤토 오브리옹,1955년산 샤토 마고 등도 경매 참가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품목들이다. 투르 다르장측은 경매에 앞서 12월4일부터 사흘간 와인 창고를 개방, 경매할 와인을 전시한다. 와인 경매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신청해야 하지만 경매 소식이 전해진 20일 이용자 폭주로 인해 이미 온라인 신청(http://www.piasa-latourdargent.fr)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투르다르장 =앙리4세 시절인 1582년 왕실의 손님들을 맞기 위해 문을 열었다. 르네상스 양식의 최고급 실내 장식으로 지어졌다. 이런 이유로 투르 다르장은 세계 각 국 통치자들이 찾았던 것으로 특히 이름 나 있다. 아직도 1867년 차르 알렉산드르 2세와 프러시아의 빌헬름 1세 등이 모여 유럽의 미래를 논하던 식탁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2차 대전 중에는 나치 간부들에게 값싼 와인만 내놓았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서 레지스탕스에게 정보를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 곳에서 식사를 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인 별 세개 등급이었으나 최근에는 해외 관광객들이 몰려 규모가 커지면서 별 하나로 등급이 낮아졌다. 파리에서 최고로 꼽히는 투르다르장의 와인 창고는 125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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