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의원총회, 정국주도 묘안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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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야(對野)성토만 있었지 정국을 주도할 묘안은 없었다. " 4일 오전 국민회의 의원총회가 끝난 뒤 고위 당직을 지낸 한 의원은 이렇게 푸념이 담긴 걱정을 했다.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고심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일보 탄압 사태로 시끄러웠던 20일간의 국정감사, 그 직후 터진 언론장악 문건 파문까지 지난 40일간 국민회의는 맞대응하는데도 힘들어 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평가다.

평화방송 이도준 기자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한나라당의 정보매수' 사건으로 성격을 규정, 반전(反轉)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언론장악 실천 의혹' 을 가려야 한다는 여론의 역풍에 밀렸다.

때문에 신당 창당 시나리오,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정치개혁 협상이 뒷전에 밀려 여권의 정국 구상은 헝클어져 버렸다.

이를 놓고 여권 내부에선 상황관리의 미숙함과 종합적인 컨트롤 타워(지휘부)의 부재를 걱정하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건 파문이 한창이던 지난달 27일 등 최근 세차례에 걸쳐 당측은 '관계기관 대책회의' 의 부활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과 당의 정보교류가 원활치 않은 데 대한 보완의 시급함을 건의한 것" 이라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설명했다.

특히 이종찬(李鍾贊)부총재의 문건 유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회의가 사건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당직자 일부가 소외감마저 느꼈다" 고 이 관계자가 전했다.

때문에 "당이 사태 파악에서 밀리는 바람에 전.현직 최고 정보기관 수장간의 갈등설, 권력 내분설이 등장했다" 고 이 관계자는 주장했다.

당과 청와대의 조율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측의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지만 의례적인 '단순 참석' 일 뿐이라는 불만이 당 내부에 있다.

익명을 부탁한 한 당직자는 "여권 내부에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조망하는 곳이 없는 형편" 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중앙일보 탄압 사태와 관련한 강경파들, 이종찬 부총재, 국정원측, 그리고 당직자 모두 자기 이해(利害)에 맞게 상황을 해석해 대처하고 있다" 고 비판했다.

그런 속에서 정국 주도를 위한 시급한 해법 마련을 당지도부에 촉구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의총에서는 "우리 스스로의 긴장감 없이 주저앉으면 패배할 뿐" (李協),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라도 막힌 정치를 풀어달라" (鄭喜卿)는 의원들의 건의도 적지 않았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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