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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일회용쇼핑백, 판매엔 열심 환불은 소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물건을 사고 공짜 비닐백이나 쇼핑백에 맘대로 담아가던 일은 이제 지난 일. 백화점뿐 아니라 동네 슈퍼에서도 공짜가 없다.

환경오염을 막고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려고 정부가 유통업체들의 일회용품 사용규제에 나선지 반년이 지나면서 쇼핑문화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정부가 유통업체들의 일회용 비닐.쇼핑백 사용규제에 나선지도 벌써 반년. 비닐.쇼핑백의 유상판매.환불제도는 유통업체나 소비자들에게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쇼핑에 나설 때 장바구니를 챙기는 주부들이 부쩍 늘었고 시행 초기와는 달리 일회용품 판매를 둘러싼 종업원과 손님간의 다툼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처 장바구니를 준비 못한 사람들은 일회용품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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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유통업체들은 판매엔 신경을 쓰나 다시 가져온 비닐.쇼핑백의 환불서비스나 소비자들이 애써 모아온 자원의 재활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소비자들 역시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비닐백 등을 남용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주 본사 주부통신원들이 서울과 수도권의 백화점.할인점.대형 슈퍼마켓 21곳을 돌며 일회용 비닐.쇼핑백의 판매.회수실태를 점검한 결과이다.

본사 통신원들이 돌아본 대형유통매장 21곳 가운데 비닐.쇼핑백의 유상판매를 실시하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회수.환불서비스나 자원의 재활용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거의 외면하고 있었다.

특히 코스트코홀세일센터(양평동).월마트(일산점).LG유통(둔촌점)은 일회용백을 팔면서 아예 회수나 환불을 해주지 않았다.

LG유통이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고작이었다.

수거나 환불을 한다는 곳에서도 장소를 쉬 찾을 수 없는 등 문제가 적지 않았다.

미도파 상계점을 둘러본 이정아통신원은 "일회용 비닐.쇼핑백의 회수장소를 찾을 수 없어 안내에 물어보니 유모차 대여소라고 알려줬다" 며 "일회용백의 환불을 귀찮아 하는 느낌을 받았다" 고 말했다.

삼성플라자(분당점)를 다녀온 박완정통신원도 "환불장소를 찾는게 미로찾기 게임 같았다" 고 공감했다.

한신코아백화점(하계점)은 비닐봉투값을 돌려주면서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기록했으며, 일산에 있는 그랜드백화점과 까르푸도 환불내용을 일일이 적어 소비자들의 빈축을 샀다. (임행옥통신원)

이밖에도 롯데마그넷(테크노마트점)은 환불장소에서 여러 업무를 함께 해서 불편했고, 농심가(올림픽점)에선 업체의 편리대로 10개씩 모아오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조인경통신원)

소비자들이 애써 모아온 일회용백의 재활용에 대해 일부업체는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은주통신원은 "경방필백화점(영등포점)의 경우 멀쩡한 것도 소비자가 보는 앞에서 잘게 잘라 폐기처분했다" 며 흥분했다.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본점을 들른 조전순통신원은 "회수된 봉투 하나만 얻자는 손님의 요구를 거절했다" 며 "다시 쓸 수 있는 것들도 그야말로 일회용품으로 끝나는게 안타까웠다" 고 말했다.

반면 이마트(일산점)를 점검한 박영희통신원은 "수거된 비닐백중 쓸 만한 것은 소비자가 원하면 무료로 다시 나눠주기도 하고 장바구니를 가져온 고객에겐 휴대용 휴지를 증정하는 등 일회용백 사용줄이기 취지를 십분 반영해 운영하고 있었다" 고 호평했다.

일부 소비자들의 일회용백 구입.사용도 문제. 쓸 수 있는 쇼핑백을 가져와 환불받은 뒤 다시 새 쇼핑백을 구입해 담아가는 모습도 목격됐다. (김혜영.이은혜.정옥선통신원)

통신원들은 "일회용 비닐.쇼핑백의 유상판매.환불제도는 일회용 백을 사고 되파는 것이 아니라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위해 사용을 최대한 줄이자는게 궁극적인 목적임을 유통업체나 소비자가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 입을 모았다.

통신원들은 ▶회수된 일회용백 가운데 바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은 표시를 하여 현장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 제공 ▶쓰레기 봉투처럼 정부가 일괄적으로 관리해 어느 곳에서든 환불받게 할 것을 제안했다.

정리〓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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