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제자 돕는 '백의 교사'…양호교사 모임 대구학교보건연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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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자들을 살리자. "

대구시내 초.중.고교 양호교사들이 난치병에 걸려 생명이 꺼져가는 제자들 살리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주인공은 대구학교보건연구회(회장 李和姸.42.대구교대 부속초등학교)소속 교사 2백20명. 난치병에 걸린 제자들의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해 직접 발벗고 나선 것이다. 연구회가 파악한 대구시내 난치병 학생은 줄잡아 1백12명. 심장판막증.백혈병.재생불량성빈혈.윌슨씨병 등 돈이 엄청나게 들거나 수술을 하더라도 낫는다는 보장이 없는 질병이 대부분이다.

"상당수 학생들은 형편이 너무 어려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요. 그냥 두고 볼 순 없잖아요. "

문제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치료비. 李회장은 회원들과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 주머니를 털어 모은 돈이 1천만원을 넘었다. 수술에 대비해 모은 헌혈증서도 3백장이 넘는다.

헌혈증서 가운데 상당수는 제자들이 내놓은 것이다.

연구회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최근 경북대병원은 2명, 곽병원은 3명의 수술을 무료로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李회장은 "현재 수술 대상 학생을 고르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남아 있다.

연구회는 이 운동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2, 3일 중구 대구초등학교에서 교장.교감.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보건교육자료전시회를 열고 있다.

무료 건강검진과 성인병 예방 교육을 하고, 도움도 청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또 전공을 살려 자원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대구시 수성구 파동 애망원에서 중증 장애어린이 돌보기 활동을 펴고 있다. 당번을 정해 매주 토요일 마다 이 곳에서 힘든 어린이들의 손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1년 내내 누워있는 어린이들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마사지도 해준다.

회원들은 "우리가 조금만 힘을 모으면 꺼져가는 어린 생명들을 구할 수 있다" 며 "학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고 당부했다. 문의 053-630-2672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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