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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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최근 특정 정치인으로부터 유출된 '언론탄압' 관련 문건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문건 유출과 관련된 논란의 핵심은 그 문건이 실제로 언론탄압의 지침으로 실행되었느냐 하는 점. 그럼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의는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누가 어떤 의도로 이 문건을 유출했느냐는 비본질적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 없지 않다.

한 명의 기자가 특정 정파와의 '정치적 거래' 를 위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언론을 탄압하기 위한 지침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행되었다면 이는 그 언론인의 도덕성과 함께 그같은 거래를 가능케한 특정 정파의 '음모적 행위' 에 비난이 가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이같이 복잡다단한 언론자유의 문제는 권력으로부터 언론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개괄적 논의로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와 관련, 생각해봐야 할 구체적 논점을 추려보면 심각하게 논의해봐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한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언론행위 사이의 갈등이 존재한다면 錚?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도 그 하나의 논점이 될 수 있다.

또 기사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부가 언론인의 비리에 대해 처벌하려 한다면 그것은 과연 정당할 수 있는지도 토론 거리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잘못된 보도라 하더라도 언론의 자유는 보호되어야 하는가라는 극단적인 경우에 대한 논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에 적합한 고전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정부와 언론의 관계에 대한 '원론적' 견해를 담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론적이라 해서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론적이기 때문에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도 있다.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 가장 고전적인 저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의 '언론탄압' 사태와 관련해 암시하는 바가 적지 않아 한번쯤 일독을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 고전을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전반부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의다. 여기에서 밀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규정을 내리고 있다. 즉 설사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언론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지배적인 견해나 사상이라 하더라도 언론의 비판이 없을 때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며, 반면 그렇지 않을 때 더 좋은 의견과 사상이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밀은 반대 의견과의 대립과 토론을 통해 사회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언론과 사상의 자유는 어떤 가치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고유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반면 밀의 입장과 반대로 사회적 불이익이 예상되는 견해나 사상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밀의 '자유론' 과 그 반대의 입장을 제시문으로 출제하고 언론자유의 범위와 한계에 대해 묻는 논제를 출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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