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붙은 '파룬궁'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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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중국 당국이 또다시 파룬궁(法輪功)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7월말부터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왔는데도 그들의 기세가 꺾일 줄 모르기 때문이다.

파룬궁의 저항도 한결 거세졌다. 베이징(北京)의 심장부 천안문(天安門)광장에선 중국 공안(公安.경찰)과 파룬궁이 연일 쫓고 쫓기는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발단〓중국의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는 지난달 30일 '사교(邪敎)조직 단속과 사교활동 방범과 처벌에 관한 결정' 을 통과시켰다. 파룬궁을 처벌하기 위한 법률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최고인민법원과 최고인민검찰원은 사교조직과 활동에 대한 처벌 준칙을 마련했다. 지난 여름엔 등록이 안된 불법단체였으나 이번엔 처벌을 받아야 할 사교집단으로 규정된 것이다.

◇ 파룬궁의 반격〓전인대 상임위원회가 파룬궁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지난달 25일. 파룬궁 수련자 3천여명이 천안문 광장으로 스며들었다. 중난하이(中南海)를 포위한 지 6개월 만이다.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이들은 집체연공(集體練功)을 펼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파룬궁 추종자들은 당국의 단속을 따돌리고 28일엔 베이징 근교의 여관에서 외신기자 7명까지 참석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가졌다. 창시자 리훙즈(李洪志)에 대한 수배령을 즉각 해제하고 파룬궁을 건전한 기공의 일파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특히 그동안 당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았다는 갖가지 사례를 제시하면서 국제사회와 유엔의 도움을 요청해 중국당국을 격앙.격분시켰다. 같은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앞에서도 파룬궁 수련자 수십명이 유엔에 청원을 냈다. 중국당국의 파룬궁 탄압을 막아달라는 호소였다.

◇ 중국당국의 대응〓파룬궁 추종자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우선 모든 언론매체는 파룬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관영인 CCTV-1 채널은 최근 황금 시간대인 오후 8시5분부터 '파룬궁은 곧 사교다' 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매일 방영하고 있다.

1시간짜리 이 프로는 파룬궁이 조직적인 사교집단으로 어떻게 무지한 인민들을 현혹하고 해악을 끼쳤는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28일 중국의 영도급 인사가 쓴 것으로 보이는 '파룬궁은 사교다' 라는 글을 실었다. 또다른 신문들엔 파룬궁이 저질렀다는 갖가지 비리.해악이 넘쳐난다. 중국 종교계 인사들도 '파룬궁과 사교' 란 책을 출판했다.

공안들은 천안문 광장은 물론 외지에서 올라온 파룬궁 수련자들이 머무르는 곳으로 추정되는 수백여 군데의 싸구려 여관들을 뒤져 2백여명을 적발해냈다.

여관주인들에겐 벌금이 부과됐다. 당국은 지난달 31일 파룬궁의 4대 핵심분자인 리창(李昌)과 왕즈원(王治文).지례우(紀烈武).야오제(姚潔) 등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사교조직을 이용한 법률질서 파괴와 국가기밀 불법취득.누설 등의 혐의였다.

◇ 전망〓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당국의 삼엄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파룬궁 수련자들이 결사적으로 대항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많은 추종자들이 공개적인 장소보다는 집이나 은밀한 곳으로 수련장소를 옮기고 있다.

그러나 기회가 오면 언제고 다시 공개 활동을 재개할 게 분명하다. 특히 집단자살극이 벌어질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중국 당국이나 일반 국민 모두가 깊은 불안감에 싸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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