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언론장악' 공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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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언론장악 문건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은 2일에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나라당은 언론장악 음모의 실체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에 돌입하겠다는 강경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국민회의는 정형근의원의 폭로가 거짓으로 드러났는데도 한나라당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2일 오후 두차례의 총무협상은 결렬됐다.

◇ 한나라당〓한나라당 분위기는 강경쪽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4일 부산에서 열리는 '언론장악규탄대회'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준비를 위해 3일엔 아무런 국회일정도 잡지 않았다. 여권이 국정조사특위 명칭과 기간에서 약간의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다. 동시에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의 정계은퇴와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鄭의원은 이날 낮 종적을 감췄다. 주변에선 '휴식 중' 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권에 또 한차례의 결정타를 먹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간부회의와 기자간담회에서 투쟁을 다짐했다. 그는 "권력기관의 장을 지낸 사람의 지휘 아래 언론탄압 문건이 작성됐고, 문건 내용대로 언론통제가 이뤄졌다는 게 사건의 본질" 이라며 현 정권을 비난했다.

◇ 국민회의〓평화방송 이도준기자와 한나라당 李총재.鄭의원의 3각 커넥션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 주재의 고위당직자 회의가 끝난 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면서 기자를 매수해 이용하다가 나중에는 이를 폭로해 파멸로 이끄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허위주장의 책임을 물어 鄭의원과 한나라당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李총재와 李기자의 긴밀한 관계를 거론하면서 李총재를 증언대에 세울 수 있다는 얘기도 흘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한 성토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황소웅(黃昭雄)부대변인은 "걸핏하면 국회를 거부하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한나라당의 버릇이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며 "이성을 되찾기 바란다" 고 꼬집었다.

이하경.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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