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입증한 괌사고] 관제실수 언급안해 美입장만 대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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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한항공기 괌 추락사고에 대한 NTSB의 최종 보고서는 항공사고의 80% 이상이 조종사 과실이란 통계를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괌공항의 최저안전고도 경보장치가 고장난 것을 방치한 과실을 지적했을 뿐 논란이 돼왔던 공항당국의 관제 실수를 언급하지 않아 지나치게 미국정부 입장만 대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조종사 과실〓기상이 악화되자 사고비행기는 계기 착륙을 시도했지만 기장이 계기작동 상황을 혼돈, 적절하게 지시하지 못했고 부기장.기관사는 기본적인 고도 확인에 소홀했다는 게 보고서 내용.

김포공항 등 대부분의 국제공항은 VOR가 활주로 끝에 설치돼 있지만 괌공항은 활주로로부터 3.3마일 앞에 VOR가 설치돼 VOR 위치 통과시 1천4백40피트 이상의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사고기 당시 고도는 6백36피트. 7백피트가 넘는 니미츠 언덕을 피할 수 없었다. 괌공항 착륙 기본수칙인 계단식 하강을 무시하고 직활강에 가깝게 급격히 고도를 낮춘 것도 문제였다.

고장난 괌공항 활공각유도장치가 작동한다고 생각하는 등 혼동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지만 왜 이같은 혼동을 일으켰는지는 의문으로 남았다.

◇ 대한항공 입장〓NTSB는 미 정부 기관이다. 따라서 미국 언론까지 문제를 삼았던 괌공항의 관제 잘못을 소홀히 한 점은 '팔이 안으로 굽은 것 아니냐' 는 시각을 낳고 있다.

괌공항 관제소는 사고기가 예정항로보다 낮게 날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는 등 크고 작은 실수가 나타나지만 보고서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예견된 악재지만 괌공항의 관제실수나 장비고장이 지적되기보다 대한항공기 과실이 예상보다 더 크게 평가된 것 같다" 며 아쉬워했다.

◇ 유가족 입장〓대한항공이 제시했던 2억5천만원의 보상금을 거절한 채 NTSB의 최종 보고서를 기다려온 '1백28명의 유가족 대표단은 미국에서 항공사고 전문변호사를 섭외하는 등 집단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유가족들은 NTSB 조사 결과 대한항공이 사고의 주 원인을 제공했고 미 항공당국이 기여과실을 제공한 이상 한국과 미국 양국에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워싱턴〓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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