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화재로 제자 잃은 교장선생님들 '반성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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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누구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

"..."

1일 오전9시 인천시 교육청에서 열린 시내 82개 고교 교장단 긴급대책회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교장 선생님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죄책감이 어둡게 장내를 감쌌다. 이틀전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로 제자 51명의 목숨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회의는 청소년 유해업소 출입 근절과 교외 생활지도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제자들의 영령을 위해 '묵념' 을 올린 뒤 유병세(兪炳世)교육감이 입을 열었다.

"유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며 "학교 정화구역내 유해업소 학생 출입을 절대 묵인하지 않겠다" 고 강조했다.

나근형(羅根炯)인천시 교육국장이 유인물을 교장들에게 나눠준 뒤 몇가지 문제점을 설명하고 당부했다.

앞으로 5자 순찰대(학부모회.학교운영위.민간단체.자원봉사자.교사)를 활성화해 매월 두차례씩 합동단속을 벌이겠다' 는 등의 대책이 발표됐다.

羅국장은 "요즘 일선 학생지도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어떤 유해업소에 자주 출입하는 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회의는 30분만에 끝났다.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희생자가 발생한 28개 고교 교장들만 남아 대책을 논의했다. 9명을 잃은 인천여상 박덕만(朴德滿)교장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며 "우리 어른들의 책임" 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위로금은 학교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유가족의 감정을 자극하지 말자" 고 서로 다짐했다. 교육청을 나서는 교장선생님들의 발길은 무거웠다.

출구없는 청소년의 현실, 유혹 무한대.안전 무방비의 사회가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일 것이다.

인천〓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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