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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폐허에서 번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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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은 올 3월 자카르타에서 천명하고 6월 제주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 정상회의에서 확인한 ‘신아시아 외교’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후발 개도국인 캄보디아 방문은 ‘따뜻한 이웃’으로서 대한민국의 진의를 보여주는 ‘신아시아 외교’의 상징적인 실천이다.

캄보디아는 ‘킬링필드’의 나라로 알려져 있으나 오늘의 캄보디아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채택, 적극적인 대외개방으로 역동적인 경제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침체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난 수년간 연평균 10%대의 경제성장을 해왔다. 풍부한 노동력과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관광자원, 비옥한 토지와 산림, 다양한 천연자원 등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장래성과, 폐허와 빈곤을 딛고 경제발전을 이룬 우리와의 역사적 유사성, 정서적 공감대는 재수교 12년 만에 양국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확대시켜온 기폭제가 됐다. 훈센 총리는 다섯 차례 한국을 방문했으며, 우리 대통령도 이번까지 두 차례 캄보디아를 방문한다.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외국인 중 우리 관광객 수가 30만 명 내외로 최근까지 1위를 차지했다. 양국 간 교역은 수교 당시보다 6배, 우리의 대(對)캄보디아 투자는 70배 늘어났다. 누적투자액은 27.5억 달러로 캄보디아 내에서 중국에 이어 둘째다. 우리의 여섯 번째 투자대상국이다. 투자분야도 초기의 봉제·관광·광업 분야에서부터 건설·건축·제조업·농가공·금융은 물론 에너지·농업 분야까지 다변화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우리의 경제협력 중점대상국이다. 지난해에도 무상원조 규모는 1300만 달러로 우리의 무상원조 대상국 중 2위다. 우리 정부는 그간 우리의 개발경험을 살려 농촌개발 전략 및 수자원 종합개발계획 수립, 측량기준점 설치 등 국가인프라 구축사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현재 시장경제 편입을 촉진할 증권거래소 설립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대통령의 이번 캄보디아 방문은 그간 민관 차원의 협력 성과에 기초해 캄보디아의 지속발전에 대한 우리의 협력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우리의 국가개발 노하우와 캄보디아의 잠재력을 결합하는 상생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EDCF 지원규모 확대와 추가 무상원조 사업을 제시하고, 공동지질연구, 조림협력 및 기후변화, 농업교육 및 훈련분야 등에서 각종 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선포한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은 캄보디아 같은 개도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캄보디아 정부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친환경 경제성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신기술 분야에서 우리와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캄보디아 국빈방문을 통해 캄보디아가 ‘글로벌 코리아’와 아시아의 ‘따뜻한 이웃’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개발경험을 맘껏 흡수해 폐허를 딛고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는 데 박차를 가하기 바란다.

이경수 주 캄보디아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