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희생자 추모 시집낸 前삼풍직원 최수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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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나는 무엇으로 너의 깊은 슬픔 속에 젖어 들수 있을까….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이 백화점에 근무하다 구사일생으로 화를 면한 최수철(崔秀哲.41.인천시 남구 주안8동)씨.

그가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31일 펴낸 시집 '나는 너에게' 에 소개된 시의 한 대목이다. 그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있던 지난 95년 6월 29일 '문예사조' 를 통해 등단했다.

그날 崔씨는 등단 작품이 실린 책자를 받아들고 오후 5시53분쯤 백화점으로 돌아와 승용차를 몰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사고를 당했다. 차와 함께 지하로 매몰된 그는 1시간만에 찌그러진 차를 빠져 나와 간신히 구조됐다.

"이후 덤으로 사는 인생을 억울하게 숨진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는데 바치기로 했습니다. "

96년 6월 LG백화점으로 옮긴 崔씨는 본격 시작(詩作)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견시인 10명과 '96시대(詩帶)' 라는 시동인을 결성하고 매년 발간된 동인지를 통해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시 46편을 발표했다.

이후 삼풍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본격 개인 시집을 준비하다 '나는 너에게' '상한 그대 영혼 속으로' 등 18편의 추모 시를 모아 이번에 시집을 펴낸 것.

崔씨는 이밖에도 지난해 6월부터 선천성 뇌성마비로 몸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이가영(李佳英.12)양 가족(본지 98년 6월 25일자 19면)에게 매월 20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하며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는 또 자비로 시에 관심이 있는 동료들에게 1백여권의 시집을 선사하는 '사랑의 시' 전도 활동을 2년째 벌이고 있다.

崔씨는 "당시 목숨을 건진 직원 및 고객들과 함께 삼풍참사 현장에서 '영령들을 위로하는 시낭송회' 를 한차례 개최할 예정" 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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