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아시아 예선] 한국 축구 '시드니가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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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힘겨운 무승부였다. 그러나 한국은 4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향한 8부능선을 힘차게 넘어섰다. 8만 중국관중의 광적인 응원에도 태극전사들은 끝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9일 상하이 파완런경기장에서 벌어진 올림픽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과의 3차전에서 1 - 1로 비겨 2승1무를 기록했다. 승점 7에 골득실 +2를 기록한 한국은 1승1무1패로 승점 4(골득실 0)에 그친 중국을 따돌리고 B조 수위를 굳게 지켰고, 13일 잠실에서 벌어지는 바레인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중국이 바레인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고 한국이 바레인에 패하면 한국과 중국은 동률이 돼 골득실을 따지게 된다. 그러나 전력상 바레인이 한수 아래인 데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바레인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한국의 승산은 매우 높다.

중국은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을 업고 한국에 첫승을 따내 질기디질긴 '공한증(恐韓症)' 을 끊어보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승패를 떠나 양팀의 공격과 수비가 파도처럼 넘나드는 멋진 경기였다. 긴장이 덜 풀린 전반 나락으로 떨어질 뻔했다.

전반 7분 자오진저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퉁겨나온 위기를 넘긴 한국은 고종수.이영표의 왼쪽 라인이 살아나면서 주도권을 뺏었고 전반 종료 직전 선취골을 빼냈다.

안효연의 왼쪽 코너킥이 중국 골키퍼 천둥의 손을 맞고 오른쪽으로 흐르자 받치고 있던 이동국이 통렬한 오른발 슛을 꽂아넣은 것이다.

중국은 후반 투입된 스트라이커 장위닝이 12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날린 슛이 한국 수비수에 맞고 꺾이면서 동점골을 뽑아냈다. 경기 흐름이 일순 중국으로 넘어갔지만 이때부터 한국의 템포축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스위퍼 박동혁을 중심으로 한박자 빠른 공간점령과 공중볼 선점으로 실점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의 미드필더들은 공수 흐름을 적절히 조절하며 간간이 역습으로 중국의 예봉을 꺾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 선수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성난 중국관중들 대규모 시위

한편 시합이 끝난 후 성난 중국관중 1천여명이 기자회견이 열린 리갈호텔에 몰려들어 "후튼 물러가라" 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상하이〓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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