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바짝 긴장 뒤 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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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27일 오전 문제의 문건을 문일현씨가 작성했다는 국민회의 발표에 한때 긴장했다.

그러다가 이 문건이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에게 전달됐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곧바로 "기자까지 포섭해 이런 문건을 만들게 한 정권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느냐" 고 여유있는 공세를 폈다.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검찰의 공개수사와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한 공세도 곁들였다.

동시에 "문건이 중앙일보 간부로부터 한나라당에 전달됐다" 는 국민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문건 폭로 당사자인 정형근 의원은 "나는 문일현 기자와 일면식도 없고, 중앙일보 누구와도 접촉한 바 없다" 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은 음해성 발언을 중단하라" 고 경고했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여권 주장대로라면 중앙일보가 스스로 곤경에 빠질 내용의 문건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고 지적했다.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정조사를 당장 시작하자" 고 거듭 촉구했다.

두차례의 여야 총무회담에서 여권이 국정조사를 거부하자 28일부터의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진상규명 투쟁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당 지도부는 일단 국정조사와 함께 대통령 사과.관련자 형사처벌을 촉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보다 강경한 투쟁을 당 지도부에 촉구했다. 이날 하룻동안에만 의원총회가 세차례, 총재단.주요 당직자회의가 세차례 열렸다.

"정권 퇴진운동에 나서자" (金命潤.朴寬用.金重緯.權哲賢.李在五의원), "본회의장 농성에 즉각 돌입하자" (金文洙.徐勳의원)는 등 강경 투쟁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장외투쟁이나 지구당별 규탄대회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어쨌든 "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분쇄해야 한다" 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야당의 강공에는 "언론자유가 파괴되면 야당의 설자리는 없다" 는 절박감이 배어 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여권은 처음에는 鄭의원의 자작극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언론사에서 鄭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말한다" 며 "자기 함정을 파고 있다" 고 기막혀 했다.

李총재는 "정권으로 하여금 국민을 속인 결과가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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