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성지도자 교류세미나 참석 모리야마 마유미 日 자민당 중의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가이후(海部)총리 내각 당시 환경청장관과 관방장관을 역임했으며 미야자와(宮澤)총리 내각에서는 문부장관을 거쳐 여성으로는 드물게 장관을 세 번씩 역임한 거물 정치인. 모리야마의 '여성과 정치' 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 어떻게 정치에 입문하게 됐습니까.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30년간 노동성에서 관료로 일하면서 부인소년국장까지 지냈지요. 그러다 남편의 뒤를 이어 정계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80년 참의원에 당선한 이후 참의원 3번에 중의원(96년)까지 됐으니 잘풀렸다고나 할까요. "

- 정치경력이 화려한데 비결이 무엇입니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어요. (웃음). 부여된 정치적 역할 수행에 충실했고 유권자들도 열심히 만나 이해도 구했어요. 기자도 그렇지만 정치도 오래 해야만 힘을 기를 수 있어요. 제 자신도 벌써 19년간 정치를 해왔어요. 당선 횟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선거에서 지더라도 다시 일어나 극복하는 불굴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

- 한국여성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열악합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일본도 비슷하지요. 그러나 최근 10년동안 여성들의 정계진출이 늘고 있어 희망적입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전체의 6%인 3천7백명이 여성이었어요. 8년전에는 4%, 4년전에는 5%였지요. 중앙정치 무대인 중의원의 경우 24명이 여성(4.8%)이며, 참의원은 43명(17%)으로 역시 여성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이지요. "

- 여성할당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요구가 강합니다만.

"왜곡의 소지가 있다고 보기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반대합니다. "

- 일본에서는 언제쯤 여성총리가 등장할 것 같습니까. 혹시 첫손에 꼽히는 후보는 아니신지요.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면 머잖아 여성총리가 등장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일본의 정치는 파벌정치가 남아 있어 남성들에게 유리하지만 그래도 10년전에 비하면 그 힘이 많이 약해졌어요. 앞으로는 정치적 경력보다는 사회 경험을 비롯한 캐리어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가 '여성총리 탄생' 을 점치게 하지요. "

- 이번 세미나의 목적이기도 합니다만 한.일 양국 여성정치지도자들이 공동협력할 대목은 무엇일까요.

"정치제도와 선거방법이 서로 달라 곧바로 협력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상호 정보교환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고 구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하나씩 찾아나가도록 해야겠지요. "

- 정계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을 위해 조언을 하신다면요.

"여성이 정치에 처음 참여할 때 예쁘다, 참신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오래 가지 못해요. 진짜 정치가로서 뿌리 내리려면 스스로 장점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전문분야를 택해 오래, 열심히 파고 들어야 합니다. 결국 정치활동의 내용이 중요하니까요. "

- 슬하에 두 딸이 있다고 들었읍니다만 딸에게도 정치를 권하시겠습니까.

"큰 딸은 초등학교 교사, 둘째는 도서관 사서인데 남편이 세상을 뜬 뒤 둘째 부부가 들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딸들이 정치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봐요. 남편에 이어 나도 정치를 하고 있고 시아버지도 정치가였으니 2대에 걸쳐 정치를 해온 셈이잖아요. 그러니 우리 집안의 정치가는 이만하면 많이 나온 셈이 아니겠어요□(웃음)"

이경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