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노숙자대책협 사무국장 정은일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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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겨울이 오고 있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독감과 자고 나면 뛰어오르는 난방비로 서민의 한숨을 자아내게 하는 계절이다.

전국 실직노숙자대책 종교.시민단체 협의회 사무국장인 정은일(丁恩一.38)목사는 서민의 겨울나기보다 더 혹독한 노숙자 겨울나기에 시름부터 앞선다.

丁목사의 '노숙자와 함께 하기 1년5개월' 을 들어본다.

- 최근 노숙자수가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다는데 사실인가.

"잘못된 통계 같다. 부침(浮沈)이 많을 뿐 수적 변화는 거의 없다. 일반인들은 실직노숙자라고 하면 사무직을 떠올리지만, 정작 실직노숙자는 건설노동자나 요리사 등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용직 노동자가 많다. 불황을 겪으면서 취직→실직→취직을 반복하는 잠재노숙자로 봐야한다. "

- 지난해 거리노숙자는 상당히 분산수용된 것으로 알고있다. 실상은.

"종교.시민단체가 꾸준히 설립해온 서울지역 1백5개 '노숙자 쉼터' 에 3천여명이 수용돼 있다. 나머지 수백여명은 하루 5천원을 내고 자는 일셋방인 일명 '賈? 에 기거한다. "

- 왜 쉼터를 마다하고 쪽방에 기거하나.

"노숙자는 단체생활을 싫어한다. '간섭도 싫어하고 '공식문서에 이름이 오르는 것도 꺼린다. 언젠가는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가 내재돼 있는 것이다."

- 일반인은 노숙자를 더럽고 무능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시각이다. 대부분의 노숙자는 말 그대로 홈리스일 뿐이다. 집 없고 돈 없어 길에서 잘 뿐 노숙자의 90%는 일거리를 찾아 하루종일 돌아다닌다. 노숙자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어 노숙을 하는 것이다. 노력은 하지만 일자리가 뒷받침 되지 않는 실정이다''.'"

- 현재 노숙자 대책 중 무엇이 가장 시급한가.

"쉼터에 들어온 사람 중 단체생활에 적응 못하고 다시 나가는 사람이 30% 정도 된다. 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와 재활프로그램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노숙자의 50% 정도는 재활치료를 거쳐야 사회에 귀환할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

80년대부터 산동네 등 가난한 지역을 찾아가며 개척교회를 세우고 공부방.탁아소 시설 설립을 추진했던 丁목사는 지난해 6월부터 노숙자 대책 사무국장을 맡았다.

'누구든지 노숙자가 될 수 있다' 고 거듭 강조하는 '丁목사는 "언젠가는 사회에 돌아갈 사람들인 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봐달라" 며 일반인들이 노숙자를 새롭게 바라보길 부탁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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