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의원 '이종찬부총재 작성 문건'공개] '선거준비 지침 내리심이 적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형근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새로운 문건을 공개했다. 이는 언론대책이 아닌 정치관련 문건이다.

국정원장 출신인 이종찬(李鍾贊)국민회의 부총재가 경어체의 편지형식으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鄭의원은 주장했다.

鄭의원은 "문건 맨 위에는 '대통령 각하께' , '이종찬 올림' 이라는 말이 쓰여져 있고 작성시기가 '맨 뒤에는 '7월 ○일 이종찬 올림' 이라고 명기돼 있었으나 ( '언론장악' 문건과 함께 전달한)제보자가 이 대목을 가린 채 복사할 것을 요청해 받아들였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제보자는 李부총재의 가까운 측근" 이라고 덧붙였다.

문건은 '8월 들어 가장 중요한 몇가지 과제들' 에 대한 건의를 담고 있다. 그것은 공동정권이 연내 추진을 약속한 내각제 문제 해결방안과 8.15 경축사 준비 및 총선대비 방안 등이다.

내각제 문제와 관련, 문건은 '타협하여 해결하는 방법' 을 제안하고 있다. "(자민련측과) 물밑대화를 통해 김종필(金鍾泌)총리 스스로 '(내각제) 개헌을 다음 선거(내년 총선)때까지 연기하자' 는 제의를 하도록 해야 한다" 고 건의한 것이다.

"총리를 감정적으로 자극하지 말고 받들면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대통령께서 직접 말씀하시거나 '약속 불이행' 의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것이 저의 생각" 이라는 아이디어도 담겨 있다.

이같은 판단은 그대로 실행됐다. 지난 7월 22일 金대통령과 金총리는 '내각제 연내개헌 유보' 를 결정했다.

8.15 경축사와 관련해 문건은 "메아리 없는 (대북)제안을 반복할 필요가 과연 있느냐고 회의하고 있다" 고 말하고 있는데 金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특별한 대북제의를 하지 않았다.

문건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96년 15대 총선때 철저한 준비를 했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당 지도부에 선거준비에 착수하도록 지침을 내리심이 적절하다" 는 언급도 담고 있다.

鄭의원은 "李부총재가 金대통령을 자주 독대하면서 (정치현안 등에 대해) 수시로 보고하고 있다" 는 주장을 펴면서 이 문건을 공개했다.

李부총재가 金대통령에게 올리는 보고서 작성에는 이강래(李康來)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관여하고 있다는 게 鄭의원의 주장이다.

따라서 " '언론장악' 문건을 누가 썼든 그것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작성해 보고한 책임자는 여권 실세인 李부총재이고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인 李전수석" 이라고 鄭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문일현 기자와 李부총재, 李전수석의 관계를 밝히고 누가 文기자에게 어떤 목적에서 문건을 만들라고 요청했고, 그 문건이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에게 전달됐으며, 결국 어디에 보고됐는지 밝혀야 한다" 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