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김정은 후계자라 생각 … 언급은 꺼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라고 생각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꺼렸다.”

북한에 체류했던 서방의 한 고위 외교관은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3남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했다는 것은 북한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외교관은 1년 이상 평양에 거주하다 최근 방한했다.

이 외교관은 “김정은의 후계설에 대해 북한 주민에게 묻자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을 찬양하는 북한의 선전벽보를 근거로 꼬치꼬치 묻자 ‘그가 후계자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관리들은 한결같이 ‘후계 논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에서 김정은의 이름이 써 있는 문서는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외교관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지난해 큰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호전된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만났을 때 매우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고 (외교 채널을 통해) 전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 주 안에 북한과 미국의 양자 대화가 성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장은 실무자급 대화 정도만 실시될 것이고, 고위급 회담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북한은 미국·중국 등 6자회담 참가국과의 양자 대화에 치중하고 있다”며 “당분간 6자회담이 재개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교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성사 전망에 대해 “두 정상 모두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양측의 (회담 성사의) 전제 조건이 달라 현재로선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북한 정부는 거리를 정비하는 등 상황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로 경제가 좋아졌다는 증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 관리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사실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