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모처럼의 경제 살리기 목소리 반갑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열린우리당이 소득세율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를 골자로 하는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반대하던 세금 감면도 수용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대책의 실효성이나 타이밍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줄곧 "위기 아니다"라며 경제와 민생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던 집권여당의 이런 모습은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장기불황으로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과 자영업자 등은 한계상황에 직면해 있다. 각종 경제지표는 갈수록 위축돼 가고 있다. 물가는 뛰고, 소득은 줄고, 실업은 늘어 국민은 절망으로 치닫고 있다. 여당이 뒤늦게나마 변화를 보이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결과로 보인다. 여당 내에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될 것을 기대한다. 아울러 한나라당 등은 이런 변화가 실제 경제 살리기와 민생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먼저 기업과 국민의 불안감부터 해소돼야 한다. 우리 경제 장기 침체의 이면에는 경제외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심화되는 반기업 정서와 부자에 대한 적대감, 자본주의.시장경제 원리와 동떨어진 경제 정책은 기업인과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또 과거사 규명과 국가보안법 폐지문제, 사립학교법 개정 등 좌파이념성 정책들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 결과가 투자 및 소비 위축과 자본의 해외 이탈, 그리고 장기침체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돈 더 풀고 세금 깎아주는 경제 대책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열린우리당 경제정책토론회에서도 이런 지적과 함께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당은 이 말을 경청해야 한다. 대통령부터 앞장서야 한다.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를 줘야 한다. 여당이 보인 모처럼의 심기일전이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포용과 안정 정책,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