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보고서 파문] 野, '야당생존위협사건' 진상규명 총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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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민심 투어' 일환으로 강릉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기본을 흔드는 문제" 라면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李총재가 언론탄압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며 강경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16대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음모' 라는 판단 때문이다.

李총재의 한 측근도 "야당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고 설명했다.

따라서 야당으로서는 전면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李총재가 25일 여야 총재회담을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면서 사실상 거부한 것도 대여(對與)공세를 당분간 계속하겠다는 결심을 한 때문이라고 이 측근은 전했다.

李총재도 "(총재회담에 대해서는)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고 잘라말했다.

李총재는 25일 대정부질문이 끝나자마자 긴급 당직자회의를 열어 이 사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매일 아침 당직자회의가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례적인 대응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당직자들도 "정권 퇴진으로 갈 수 있는 중대 사안" 이라는 강경 목소리를 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대통령이 국민의 기본권인 언론 자유를 침해한 것은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 고까지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26일 "중앙일보 사태의 배경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張光根부대변인)는 등 논평과 성명을 쏟아냈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 언론장악 음모를 최대 쟁점으로 몰아갈 태세다. 27일 오전 당무회의 대신 의원총회를 소집한 것도 공세 강화를 위한 수순 밟기다.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언론인 비리 내사자료 등 추가로 폭로할 자료도 있다" 고 경고하면서 단계적인 자료 공개로 공세 수위를 높여 가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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