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아이 성교육- 옥복연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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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엄마들은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기만 하다. 초등자녀를 둔 엄마들과 함께 성교육 전문가 옥복연(47·나무여성인권상담소 부소장)씨를 만나 현명한 성교육법에 대해 알아봤다.


차은경(33·녹번동·이하 차):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얼마 전 “어떤 아저씨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화가나서 따지러 가 “한번만 더 이러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어요. 피해는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황희정(39·용인시·이하 황): 전 아들만 셋이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집니다. 최근에 유치원 원장이 원생들을 성추행한 사건 기억하시죠? 사춘기인 큰 아이는 벌써 2차 성징이 시작돼 더 걱정스러워요.

옥복연(이하 옥): 그럴수록 성교육에 신경써야 해요. 성교육은 빠를 수록 좋지만 연령별·단계별로 하는 게 효과적이죠. 초등학교 1~3학년에게는 먼저 정확한 개념을 알려주세요. 음경·음순·질·자궁 등 생식기에 대한 정확한 명칭과 기능을 설명해줌으로써 몸을 소중히 느끼게 해야 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고학년에겐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하죠. 생리와 몽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성교육의 장을 열어보세요. 발기 등 현상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세요.

: 큰 아이는 요즘 샤워를 하고 나면 타월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나와요. 남편한테 물어보니 음모도 나고 성기도 많이 자랐다는데 몽정을 했는지 물어보기가 참 난감해요. 남편한테 대신 물어봐 달라고 해도 남편은 그냥 놔두라고만 해요.

: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통계에 의하면 20%가 넘는 초등학생들이 음란물을 다 뗐다(?)고 해요. 성적호기심이 왕성할 수밖에 없죠. 아이들은 성행위 또는 몸의 변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대답을 듣고 싶어 해요. 자신이 제대로자라고 있는 건지 궁금한 거죠. 예를 들어 음모는 한 번에 다 자라지 않잖아요. 나는 솜털같은 게 한 개밖에 나지 않았는데 다른 친구는 다섯 개나 자랐다고 하니 걱정될 수밖에 없죠. 이럴 땐 성장속도가 개인마다 다르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줘야 합니다. 가슴이 작아서 고민인 여학생에게는 “엄마도 너만 할땐 가슴이 친구들보다 작아서 콤플렉스였단다”라며 안심시켜주세요. ‘어린 게 별 걸 다 묻는다’며 핀잔을 주거나 대답을 회피하면 대화가 단절돼요. 그러면 아이들은 호기심을 혼자서 해결하기 위해 음지의 세계로 빠져들기 쉽죠.

: 큰 아이에게 몽정을 했는지 어떻게 묻는 게 가장 자연스러울까요?

: 지나가는 말로 슬쩍 물어보세요. “오늘 엄마 친구가 아들이 몽정했다고 자랑하더라. 우리 아들은 언제쯤 몽정할까?” 이런 식으로요. 아이가 답을 하면 “우리 아들이 엄마도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됐구나”라며 격려하거나 “얘기해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칭찬해주세요. 여학생들이 초경을 하면 케이크와 꽃다발을 주면서 축하하잖아요. 남자 아이에게도 몽정파티를 해주세요. 제가 아는 분은 아들에게 “몽정을 하면 축하의 뜻으로 피자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더니 아이가 그날 이후 아침마다 일어나서 팬티를 확인하더래요.엄마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돼있다는 거죠. 자신의 몸에 일어날 변화를 미리알고 있는 학생들은 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 저도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할까 봐요.

: 성교육은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녹아 들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성교육 책을 고르고 생물도 감이나 비디오를 보면서 얘기해 보세요.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목욕을 같이 하면서 몸의 차이를 이해시켜나가는 것도 도움이 돼요. 단,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목욕은 동성끼리 하세요.

: 피임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도 괜찮을까요?
: 그럼요.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콘돔이나 피임약에 대해서 설명해 줄 필요가 있어요. 콘돔 안에는 살정자제가 묻어있어 끈적거려요. 지저분한 것이 아니라고 일러두세요. 유통기간이 지난 콘돔은 구멍이 나기 쉬우니 상자 겉에 있는 유통기간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피임약도 21일 이상 매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어야 효과가 있어요.

[사진설명]황희정·차은경씨가 옥복연 부소장과 함께 올바른 성교육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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