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쓰레기매입지 침출수 26만t '검은 호수' 5만여주민 악취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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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6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단동 수도권쓰레기매립지 2공구 침출수 임시 저장소. 매립지 땅바닥을 3m 깊이로 파서 만든 폭 1백m, 길이 2백m의 저장소에는 시꺼먼 침출수 14만여t이 담겨 있었다. 역겨운 냄새를 뿜어내고 있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다.

저장소를 둘러보길 3분여, 심한 구역질과 두통 때문에 중도에 포기해야 했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운영관리조합' 이 매립지 1.2.3공구에서 발생한 26만여t의 침출수를 제때 처리하지 않고 매립지 공터 임시저장소에 모아놓는 바람에 인근 주민 5만여명이 심한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매립지에서 반경 1㎞ 안에 있는 오류.검단.경서.백석동 일대는 마을 전체가 온통 쓰레기 냄새와 침출수 악취로 찌들어 있다.

오류동 주민 정복임(55.여)씨는 "지난 7월부터 침출수 악취가 진동해 창문을 열어놓지 못하고 산다" 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검단동 유승아파트 주민들은 "아이들과 노인들이 호흡기질환에 자주 걸리는 등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고 주장했다.

환경을 오갹쳔객?침출수 저장은 환경부가 올 7월부터 침출수 처리 기준에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화학적산소요구량(COD)▶부유물질 등 세 가지 외에 암모니아성 질소(배출기준 1백ppm)를 추가한다고 이미 1년 전 입법예고했지만 조합측이 이에 따른 시설 보완을 하지 않았기 때문.

조합측은 1공구 침출수 처리장 가동을 중단하고 1공구 앞에 1개, 2.3공구에 각각 3개 등 모두 7개의 임시저장소를 파 하루 6천2백여t씩 발생하는 침출수를 가둬놓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조합측은 내년 하반기께 매립을 시작하는 3공구의 침출수 처리장으로 하루 4천t을, 서울 가양.난지, 인천 승기, 경기 굴포 등 하수처리장 4곳으로 4천t을 각각 이송 처리하고 있지만 침출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침출수 t당 운송비가 4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7월부터 4개월 동안 운송비만 20억원을 ?셈이다.

게다가 다음달 중순 1공구 침출수 처리장 보완공사(하루 4천t 처리)가 마무리되더라도 용량이 턱없이 부족, 주민들의 악취 고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제방붕괴 위험과 이에 따른 인근 토양오염마저 우려된다.

매립지주민대책위 김기식 총무는 "악취.토양오염방지 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침출수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명백한 위법행위" 라며 "관련 책임자를 고발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합측 관계자는 "보완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설비를 늘리는 등 내년 1월까지 침출수를 전량 처리토록 방안을 강구하겠다" 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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