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 코너] 국사 수업 '시간 늘리기'가 정답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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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김태호 학생기자 (의정부 경민고3)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기네 역사에 넣으려고 하자 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사 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수업 시간이 적은 탓에 학생들이 우리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수업 시간이 정말 부족한 것일까?

국사는 중학교 2~3학년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구석기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순차적으로 배운다. 또 내용이 중학교 과정에 살을 좀더 붙인 정도지만 '국민 공통 기본교육 과정'이어서 고등학교 1학년 때도 배운다. 그러니 적어도 3년은 기본으로 배우는 셈이다.

대다수 학교에서 주당 2시간 정도 편성하는데, 수업 시간으로 따지자면 사회과목과 맞먹는다. 여기에 수능시험을 보는 인문계 고등학생들 가운데 사회탐구 영역에서 국사를 선택하면 2년을 더 배운다. 기본이 3년이요, 수능을 위해 선택한 학생들은 5년을 배우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학교 교육에서 국사 홀대는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수업의 양보다는 질이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겠지만 지금까지 받아온 국사 교육은 심층적 이해 없이 다른 과목과 마찬가지로 시험에 대비해 사실만 주입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각 시대의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토론 방식으로 접근하며 역사를 보는 안목을 길러주는 교육은 부족했다.

따라서 중국이 역사를 왜곡하는 급박한 상황 때문에 국사를 의무화하고 수업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른 과목과의 형평성 논란은 제쳐두고라도 수업의 양만큼 질을 높이는 게 먼저 아닐까.

김태호 학생기자 (의정부 경민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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