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정 3당3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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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보안법 개정작업이 본격 논의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 대통령의 구체적 지침에 따라 이미 개정안을 마련했다.

국민회의 안의 골격은 반국가단체를 규정하고 있는 제2조의 수정.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목적의 단체' 로 정의된 반국가단체 개념에서 '정부 참칭' 부분을 뺐다. 북한정권을 '반국가단체' 에서 제외시키고 그 존재를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기 위한 조치다.

국민회의 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은 "북한이 우리를 부정하거나 적대시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반국가단체가 아니다" 고 말했다. 국민회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해 놓고 금강산에 관광객이 가고, 화해협력을 추진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찬양고무죄 개정에 관해 金대통령은 수정을 얘기했는데 국민회의 안은 아예 '삭제' 다.

문제는 이에 대한 자민련의 불만이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 와 당 3역은 22일 밤 청와대 만찬에서 반국가단체 개념을 바꿔야 된다는 金대통령의 발언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은 "金대통령의 평소 소신을 말한 것으로 본다" 는 말로, 22일 밤의 침묵이 동조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金총장은 "자민련의 기본입장은 골격유지" 라고 했다. "보안법은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만을 처벌하자는 것으로 보안법 존재 아래서도 남북교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공개적 반대입장이다. 정창화(鄭昌和)정책위의장은 "보안법을 개정할 필요성을 못느낀다" 고 잘라말했다.

"북한과의 상호협력 관계를 인정하지만, 아직은 적대관계에 있는 만큼 보안법 개정은 위험하다" 는 것. 보안법의 폐해로 지적된 인권침해에 대해 鄭의장은 "공정한 법 운용을 통해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 전체" 라며 "북한을 정부로 인정한다는 것은 햇볕정책만을 위한 위헌적 발상" 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보안법 개정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

국민회의의 적극 개정추진에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소폭 개정.현행 고수로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인데다 3당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여서 누구도 양보가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장애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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