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원안대로” … 법 개정 첩첩산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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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논란과 관련해 청와대와 총리실이 단순히 고시를 개정하는 대신 법 개정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관심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다.

한나라당이 절반이 넘는 167석을 지닌 만큼 단순 의석 수로만 계산한다면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한나라당이 똘똘 뭉칠 수 있느냐다. 당장 여권 내에선 박근혜 전 대표 쪽을 쳐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 7월까지 미디어법안 등을 둘러싼 논란 때 경험했듯이 박 전 대표 측이 동의하지 않는 한 법안 처리 동력을 얻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 내부가 분열돼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83석)과 자유선진당(17석)의 반대를 뚫고 밀어붙이긴 쉽지 않다.

더구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표의 논리가 춤을 출 가능성도 크다. 지역 간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당내 논란은 불가피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안을 처리한 2005년에도 진통이 컸다.

그래서 여권 주류 진영에선 법 개정작업 전에 어떤 형태로든 박 전 대표 측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 간의 청와대 회동에서 세종시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다.

박 전 대표의 입장은 아직 ‘원안 추진’ 쪽이다. 하지만 친박 진영에서도 다른 의견이 나온다. 김무성 의원은 16일 “100년 대계인 만큼 제일 중요한 건 효율성 문제”라며 “정부청사를 대전으로까지 3원화하는 건 아주 비효율적이어서 부처가 내려가는 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정운찬 총리와 청와대가 바라듯 세종시 이해당사자인 충청권조차 환영할 만한 묘안을 찾아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권 내에서 ▶서울대 2캠퍼스 건설 ▶녹색 친환경 자족도시 건설 ▶카이스트 이전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청와대 측이 최대한 빨리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만큼 법안의 윤곽이 드러나는 다음달 초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정론자들은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의료·교육·과학첨단도시로 변경’(33.2%)이 ‘원안 건설’(28.5%)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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