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대구 10미] 찬 바람이 불면~ 외국인도 찾는 매운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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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맵고, 짜고, 뜨겁고….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대구 음식’의 이미지다.

대구의 토속음식인 ‘대구 10미(味)’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10미는 대구시가 음식 마케팅을 위해 지역 음식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2006년 선정했다. 대구시 권영배 식품산업담당은 “외지인들은 ‘대구에는 먹을 게 없다’고 말하는데 이 같은 편견을 없애기 위해 10가지 음식을 뽑아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대구 10미’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첫째로 꼽히는 것이 ‘따로국밥’이다. 국밥은 국에 밥을 만 것이지만 따로국밥은 국과 밥이 따로 나온다. 푹 고아 우려낸 사골 육수에 대파·무·마늘·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음식이다. 1940년대 생겨나 6·25전쟁 때 피란민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맵기로는 ‘찜갈비’도 빠지지 않는다. 쇠갈비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듬뿍 넣고 끓여 낸다. 매우면서 고소하다. 복어불고기는 복어살에 고춧가루와 마늘 등 매콤한 양념을 버무려 불판에 볶아낸다. 역시 고춧가루와 마늘이 주재료여서 매운맛이 강하다. 소막창구이는 소의 넷째 위인 홍창을 연탄불에 구운 것이다. 양념 된장에 찍어 마늘·쪽파와 함께 먹는다. 고소하고 담백해 인기가 높다.

30년째 찜갈비 식당을 하는 장영숙(58)씨는 “매운 맛에 반해 찜갈비를 찾는 일본·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구에는 중구 전동 일대에 따로국밥, 수성구 두산동에 소막창구이, 동인동에 찜갈비식당 등 음식골목이 형성돼 있다. 대구의 2만 6000여 식당 가운데 10% 정도에서 10미 중 하나를 맛볼 수 있다.

권영배 담당은 “대구 10미의 대다수가 50년대 이후 개발됐으며 고춧가루와 마늘 양념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들 음식의 국제화에 나선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년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총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앞두고 전주비빔밥과 같은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키우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로 매운 음식이 많다는 점이다. 향토 음식의 맛을 살리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음식’이 필요한 이유다. 대구시는 5월 일본 오사카 음식박람회에 덜 매운 찜갈비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구시는 연말까지 10미 가운데 두 가지를 대구의 대표 음식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후 외국인과 다른 지방 사람의 입맛에 맞게 표준 조리법을 만들어 식당에 보급할 예정이다.

계명대 정우철(관광경영학) 교수는 “토속음식은 중요한 관광자원”이라며 “대구 10미 가운데 맵고 짠 맛을 순화하면 얼마든지 외국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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