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깊이읽기] 28개국 교과서로 본 미국의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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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역지사지 미국사
대너 린더만·카일 워드 엮음, 박거용 옮김
이매진, 512쪽, 2만2800원

부제 ‘세계의 교과서로 읽는 미국사 50장면’에서 보듯 독특하게 편집된 미국사 책이다. 우선 통사(通史)가 아니다. 바이킹 족이 유럽인 중 처음으로 아메리카 땅을 밟은(‘발견한’이 아니다) 사건부터 ‘북한 핵 위기’ ‘새로운 세계질서’까지 미국사의 굵직한 사건만 다뤘다. 이 사건들을 미국의 입장에서 서술한 게 아니라 관련 당사국의 눈으로 살폈다. 바로 각국의 역사교과서를 통해서다. 그러니 세계인의 눈에 비친 미국 미국인을 모자이크 식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예를 들면 미국은 19세기 초반 서부로 확장하면서 이를 신이 부여한 ‘명백한 사명(Manifest Destiny)’이라 자처했다. 이를 바탕으로 하와이와 필리핀 점령 등 해외 영토 획득을 합리화했다. 그러나 피해 당사국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텍사스 등을 빼앗긴 멕시코는 교과서에서 “미국이 팽창과정에서 분리주의 운동에 자금 제공, 뇌물과 음모·전쟁·이주·몰살·원주민의 보호지역 재배치 등의 전략을 썼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9·11 테러 직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랐다는 자체 반성에 따라 기획됐다고 한다. 엮은이들은 미국의 역사학도로 이 책은 미국의 역사수업에서 참고도서로 사용되고 있단다. 이같은 책이 교재로 쓰인다는 점이 어쩌면 미국의 힘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언어장벽으로 좀처럼 접하기 힘든 노르웨이·사우디아라비아· 쿠바 등을 포함한 28개국 50여 권의 교과서를 통해 통념과는 다른 미국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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