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프루트 챈 감독 "사회성 영화도 재미가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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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홍콩 반환(1997년).중국군 입성.불꽃놀이.희망과 절망.혼돈.망각, 그리고 현재….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 가 그려내는 풍경엔 이런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풍경은 현란하면서도 암울하다. 굵은 빗줄기 속에 펼쳐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중년 남자의 표정은 무심하다 못해 섬뜩할 정도다.

'그해 불꽃놀이…' 는 영화 '메이드 인 홍콩' 한 편으로 홍콩의 차세대 감독으로 급부상한 프루트 챈 감독의 신작으로 '메이드 인 홍콩' 의 3부작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다.

현재 홍콩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빠르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낸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닮았다.

챈 감독의 부산 방문은 '메이드 인 홍콩' 으로 부산을 찾았던 97년에 이어 두 번째. 17일 부산 코모도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이번 영화제에 참여한 인물 중 '가장 바쁜 인물' 로 꼽히는데 부산영화제를 다시 찾은 소감은.

"바쁜 건 사실이다.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정작 나는 이곳에서 영화를 한 편도 보지 못해 아쉽다. 난 지금 그 사실이 가장 가슴 아프다. "

-요즘 홍콩 영화계는 침체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사실이다. 홍콩영화계는 2년 전부터 경제악화와 맞물려 침체기에 빠져 있다. 신인 감독과 연기자들이 필요한데도 인재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주가하락으로 투자도 위축된 상황이다. 한마디로 낙관적이지 못하다. 한국의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열정이 부럽다. "

-이번 영화는 영화배우 유더화(劉德華)가 제작을 맡은 점이 특이한데.

"유덕화와 같은 훌륭한 제작자를 만난 건 정말 행운이었다. 그는 우연히 나를 만난 자리에서 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제작을 맡겠다고 나섰다. 그는 독립영화에 애정이 많은 사람이다. "

-스타 배우이며 제작자인 그를 주인공으로 기용할 수도 있지 않는가□ 제작자로서 유더화를 말한다면.

"그는 감독인 나에게 1백% 자유를 보장해줬다. 그리고 '그해 불꽃놀이는…' 는 본래 그를 주인공으로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인을 기용하는 것이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판단했다. "

-당신의 전작인 '메이드 인 홍콩' 은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모았는데 지금 그 영화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 '메이드 인 홍콩' 은 내 자신 내면의 속내를 바깥으로 폭발시킨 영화였다. 악조건에서 스태프들과의 친분관계에 의지하고 열정 하나로 버틴 영화이기도 하고.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다시 영화를 그렇게 영화를 찍을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

-당신의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면서도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 등 '오락적 요소' 를 담아낸 점이 특징으로 꼽히는데.

"독립영화라고 재미없어야 하는가? '도덕성' 에 대한 얘기를 도덕적으로 하길 원한다면 그런 사람은 영화를 볼 게 아니라 교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그것을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의 문제는 좀 다르다고 본다. 영상이 현대적이라는 얘기는 단순히 현란한 기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지금의 분위기를 가장 흡사하게 영상으로 옮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부산〓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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