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군사력 공군만 아슬아슬한 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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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전력을 제외하면 한국군의 종합 전쟁 수행능력은 여전히 북한군에 비해 열세임이 드러났다. 공군력은 약간 우세하지만 육군과 해군이 뒤진다. 지수 상으로는 육군은 북한군에 비해 80%, 해군은 90% 수준이다. 공군은 북한 공군의 103% 수준이다. 북한군의 화생방 및 핵 전력은 제외된 평가다.

이는 최근 청와대의 지시로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이 수십 가지의 평가 요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정부 기관에 의한 과학적인 남북한 군사력 비교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이번 평가를 근거로 조만간 군 당국과 협의를 거쳐 협력적 자주국방을 위한 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여전한 열세=이번 평가 결과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에 앞선다는 통념을 뒤집는다. 물론 이번 평가에는 북한이 갖고 있는 제반 전쟁수행 지원 능력은 고려되지 않았다. 예컨대 석유 비축량이나 전쟁 수행시의 석유 구입 능력 등은 평가 요소에 포함되지 않았다. 북한이 선제 공격을 감행할 경우 동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화생방 및 핵 전력 등도 제외됐다. 따라서 북한이 전쟁 초반 화생방 무기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로 선제 공격할 경우 우리 군은 치명적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 향후 대책=북한의 전력이 우위에 있다는 점은 우리 측 정보수집 능력의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깨워준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이 WMD를 사용할 가능성은 사전 정보의 중요성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북한의 공격을 하루 전에만 예측할 수 있다면 우리 측의 피해는 많이 줄어들 수 있다.

"사전 예측만 가능하다면 개전 초 북한의 장사정포와 핵무기 진지로 보이는 시설들을 제압할 수 있는 대비를 철저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이 북한의 의도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공격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 전력 확보를 위해 무인정찰기나 공중조기경보기 구입 등에 상당한 투자 비중을 둘 방침이다.

또 우리 군사력을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운용하기 위해 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를 강화하고 동굴 파괴 미사일(벙커 버스터) 등 정밀 유도무기도 확보하기로 했다.

◆ 어떻게 평가했나=이번 평가엔 상황적 전력지수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는 미국 랜드연구소가 1990년대 초반 개발한 군사력 평가 방법으로 전투상황을 공격과 방어로 구분한다. 방어의 경우 견고한 벙커, 준비된 진지, 급조된 진지, 후퇴로 나누고 지형도 산악.평지.도시 등으로 분류했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 전투 상황에 따라 양측의 무기를 점수로 환산해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르면 북한군이 우리보다 군사력이 강하지만 공격하는 입장이어서 유리하지만은 않다. 북한이 보유한 전차는 3700대로 우리 2400대의 1.54배, 야포는 1만문으로 우리 5000문의 2배다. 북한군의 방사포(다연장포)는 우리 200문의 22배인 4400문이다. 그러나 공격에 나설 때 북한군은 외부에 노출돼 역공에 취약하게 된다. 반면 방어자인 우리 군은 진지전투를 벌이며 노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이 평가에 반영됐다. 특히 통신장비와 컴퓨터 네트워크 등 북한군에 비해 월등한 우리 군의 C4I 능력도 고려됐다.

기존의 단순 전력지수방식에 따른 평가는 이런 상황을 고려치 않고 무기의 가중치를 단순 합산했기 때문에 군은 이 방식에 따른 남북한 군사력 평가를 90년대 중반 이후 폐기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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