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빚줄이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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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재계가 '빚 줄이기' 에 초비상이다.

정부가 정한 '부채비율 2백%' 가이드라인의 시한이 불과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30대 그룹 가운데 삼성.롯데 등 5~6군데를 제외하곤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름대로 건물.부동산 등을 팔아 빚을 갚거나 외자유치.합작.증자 등을 적극 추진중이지만 여건이 불투명해 애를 먹고 있다.

5대 그룹의 경우 기아차.LG반도체 인수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현대(6월말 3백41%)는 외자유치를 위해 곧 대규모 투자유치단을 해외로 보내기로 했다. 또 현대차.기아차 등의 증자도 추진할 방침이다.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1백)이 2백%대인 LG.SK도 각각 대규모 외자유치와 함께 여의도.서울역 등의 건물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6대 이하 그룹도 정유부문.그룹사옥부지 매각(쌍용), 신세기통신 지분 매각(코오롱), 합작 계열사 지분 매각(효성), 아시아나항공의 코스닥 등록(금호), 발전설비 부문 외자유치(한화)등에 나섰다.

그러나 팔 물건도 적고, 증자에 필요한 신용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하위 그룹에서 더 심해 6~30대 그룹중 일부는 연내 목표달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재계는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데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제값은 고사하고 팔기조차 힘들고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해 투자를 망설이고 있으며 ▶증자도 증시가 조정국면이라 원활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사정을 뻔히 알다 보니 마구 값을 후려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11월의 경우 유상증자 납입물량은 3조5천억원으로 월별 기준으로 올들어 두번째로 커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측은 "일본은 부채비율을 3백%(81년)에서 2백%(96년)로 낮추는 데 15년 걸렸다" 고 강조했고 한국경제연구원측은 "가이드라인을 지키려면 올 한해 73조~2백20조원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무리" 라고 지적했다.

정부측은 이에 대해 '부채비율 축소는 정부가 아닌 기업 스스로의 생존에 꼭 필요한 것이며 어길 경우 금융 제재 등이 불가피하다' 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차진용.정경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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