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도청' 첫 확인…40대가 경마장 조교사·기수 통화 엿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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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휴대폰(핸드폰)도 도청.감청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조준연(趙俊衍)판사는 지난 15일 경마장 관계자 10여명의 휴대폰을 엿듣고 녹음한 혐의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黃모(40.건축현장소장.경기도 안성시 죽산면)씨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를 적용, 법정구속했다.

黃씨는 경마정보를 빼내기 위해 지난해 3월 13일부터 5월 1일께까지 'IC-R1' 이라는 도청장비를 이용, 과천경마장 郭모(38.경기도 안양시)씨 등 조교사와 기수들의 휴대폰 통화내용을 도청.녹음해온 혐의다.

黃씨는 본사 기자와 만나 "휴대폰 사용자와 1㎞ 이내 정도 근접하면 휴대폰 통화도 도청할 수 있다" 며 "도청장비를 차에 싣고 경마장 관계자들이 많이 사는 안양 J아파트 주차장 등에서 매주 금요일(경마 전날)도청했다" 고 말했다.

이 방식은 기계로 주파수(사이클)를 맞춰 인근에서 이뤄지는 011 휴대폰 통화를 모두 듣다가 자신에게 필요한 통화(이 경우 경마 정보)를 골라 녹음하는 것이다.

그는 14년 동안 군(軍)정보부서에서 근무하면서 익힌 도청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청장비는 시중에서 가로 10㎝.세로 20㎝ 크기의 일본 제품을 7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黃씨는 경마장 기수 등에게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녹음내용이 또렷하게 담긴 테이프를 이들에게 전달,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신 전문가들은 "더 나아가 전화번호 입력기능이 있는 기계를 쓰면 특정 휴대폰 번호를 지정해 도청할 수 있다" 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햄 사용자도 휴대폰 도청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黃씨는 경마장에 출입하면서 재산을 탕진하게 되자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 한편 정보통신부장관은 지난달 29일 실시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의 정보통신부.한국통신에 대한 국감에서 "휴대폰은 감청이 불가능하다" 고 밝힌 바 있다.

趙판사는 법정구속 이유에 대해 "개인의 통신 및 대화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엄하게 처리한다" 고 밝혔다.

수원〓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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