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공무원 '본업 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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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원도 속초시 일부 부서 공무원들은 요즘 본 업무보다는 각종 행사를 챙기느라 분주하다.

속초에서 열리는 강원국제관광박람회와 관련된 각종 행사가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이미 50여 명의 인력을 엑스포에 파견한 속초시에서는 지난 8, 9일 강원민속예술경연대회가 열렸고 전국무용제(13~22일), 강원국악경연대회(23일), 전국합창경연대회(26일)가 계획돼 있는 등 엑스포 기간 중에만 20여 개의 행사가 열려 해당 부서의 고유 업무는 마비된 상태다.

자치제 출범 이후 각종 행사가 크게 늘어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무원들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물론 이런 행사들이 지역발전보다는 자치단체장들의 자연스런 선거운동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1백여 명의 공무원을 관광엑스포에 파견하고 있는 강원도는 엑스포에 모인 도민의 열기와 응집력을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다양한 밀레니엄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도민 대다수가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짜느라 밀레니엄기획단이 현장 확인 등의 작업을 벌이고 있다.

도의 경우 자치제가 출범하면서 감자축제(3회)를 만들었고 체육행사로 볼링대회(3회), 태권도대회(4회),래프팅대회(1회), 산악마라톤대회(1회), 윈드서핑대회(1회) 등이 '도지사기' 란 명칭으로 마련됐다.

국제 인형극제와 국제마임축제를 국내 최고의 문화행사로 가꾼 춘천시는 자치제 출범 이후 춘천 막국수축제, 눈얼음축제, 만화축제 등 3개 축제를 만들어 각종 행사가 연중 끊이지 않고 있다.

단오제, 율곡제 등 행사가 많은 강릉시도 자치제 출범 후 경포 및 정동진 해맞이 축제, 허균.허난설헌 문화제, 초당 두부축제, 주문진 오징어축제 등을 마련했고 생활체육족구대회 등 3개의 강릉시장기 체육대회도 만들었다.

평창군의 경우도 눈꽃축제, 산나물축제, 대관령 초원영화제, 퉁가리 축제 등을 만들고 자동차랠리대회도 유치하는 등 행사가 많아졌다.

지자체마다 이같이 행사가 많아지면서 관련부서 공무원들이 행사에 매달리느라 본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이같이 다양한 행사가 지역을 알리는데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업적을 알리는 의미가 더 크다는 반응이다.

강원도청 한 과장은 "너무 행사가 많다 보니 행사를 치르는 부서 공무원들만 일하는 것 같다" 며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일부 부서의 경우 새로운 행사를 기획해 지휘부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고 말했다.

춘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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