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기 왕위전 도전기 3국' 솜방망이와 쇠방망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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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38기 왕위전 도전기 3국
[제7보 (132~152)]
黑.이창호 9단 白.이세돌 9단

이세돌9단의 132가 몹시 쓰라린 듯 포커페이스의 이창호9단도 문득 물수건으로 목 뒤의 땀을 닦아내고 있다.

바야흐로 형세는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 초반 우변에서 바닥을 기는 바람에 대세를 놓쳤던 이창호는 그 뒤 조용히 균형을 회복했었다. 이건 흔한 일이다. 오죽하면 그의 또 다른 별명이 '솜방망이'이겠는가. 상대는 자신이 어디서 당했는지 모른 채 추격당하고 언제 얻어맞았는지 모른 채 쓰러지고 만다.

한데 오늘은 이창호의 초식이 '쇠방망이'의 느낌을 준다고 한다. 프로들은 이창호 바둑에 대해서는 감히 논평하려 하지 않는다. 섣부른 진단을 해봐야 그것은 대개 짧은 소견으로 판명되곤 한다. 그러니 입조심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이 오늘은 이창호가 힘과 발톱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을 보고 놀라고 있다.

135부터 공격해 한 점을 끊은 것은 기분 좋은 수순이다. 전보에서 폐석으로 치부되는 흑▲ 두 점을 비난을 감수하면서 기어이 살린 것은 이 같은 후속수단 때문이었다. 직후 141부터 돌파한 수가 다시금 탄성을 자아냈다. 이창호가 갈기를 세운 채 틈만 나면 파고들고 있다.

'참고도' 백1로 가만히 살아두고 상대의 움직임을 기다린다면 그건 이창호 스타일이다. 141부터 힘으로 돌파하려는 수단은 어디로 보나 이세돌 스타일이다. 이창호 바둑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후 이창호는 이 수순을 별로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중앙 백진은 허물었으나 왼쪽 흑이 손상을 입었다. 그리고 결국 후수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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