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도 부는 국제화 바람] "학교서 외국아이들과 어울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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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9시 충남 서천군 기산면 동강중학교. 전교생 71명의 초미니 중학교에 '이변'이 일어났다. 로리 에번스(16.여) 등 미국 학생 2명과 멕시코.벨기에 학생 등 한꺼번에 4명의 외국학생이 한국의 오지 학교에 유학온 것이다.

김가빈(40.여) 교사가 이들을 소개하자 재학생들은 일제히 '웰컴'을 외쳤다. 학교 국기게양대에는 태극기를 비롯해 이들 세 나라의 국기가 나란히 걸렸다. 30일 멕시코에서 데니(16)가 이 학교에 추가로 유학온다. 이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우리말과 문화를 배운다.

학교는 우리말이 서투른 이들 외국 학생을 위해 하루 한시간씩 한국어를 특별지도한다. 외국 학생들은 동강중 학생들에게 특기적성교육시간을 이용해 한시간씩 영어를 가르친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시골에서 외국인을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는 학생들로서는 돈을 내지 않고도 원어민의 유창한 발음을 들을 수 있는 기회다. 이들 유학생은 재학생 집에 한명씩 배정돼 홈스테이를 하면서 한국문화를 익힌다.

이번에 유학온 외국학생은 미국 공보처가 후원하는 무료 유학프로그램에 지원해 동강중과 인연을 맺었다. 동강중학교는 2001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자녀 교육을 위해 농촌에서 대도시로 이사 가는 현실에서 농촌 학생들에게 외국인과 외국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동강중학교에서도 지금까지 12명의 학생이 미국.멕시코.벨기에 등에 유학 중이거나 유학을 끝내고 귀국했다.

서천=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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