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김용운교수 '카오스의 날갯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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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천년의 전환점에서 최고 유행어는 '복잡계' 다. '복잡계 과학' '복잡계 경제학' 등의 말이 떠돌고 있지만 단어 그 자체 만큼이나 이론과 용례는 복잡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수학자이면서도 꾸준히 인문.사회학 분야에 지적 관심을 기울여온 한양대 김용운(72)명예교수의 '카오스의 날갯짓' (김영사.1만2천9백원)이 발간돼 관심을 끈다.

복잡계란 단순한 요소나 이유로 설명이 되지 않았던 복잡한 현상, 또 복잡계 이론은 복잡계를 대상으로 한 법칙성의 틀을 지칭한다.

특히 이는 서구적 사고의 중심을 이루는 존재론.본체론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편으로 등장한 지식체계로서 결국엔 동양의 노장사상과 불교철학과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이번 책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저자가 20년간 줄기차게 펼쳐왔던 '원형사관' (민족사의 전개양식은 역사의 마디마디에서 나타나는 민족적 원형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론)을 복잡계와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자신의 원형사관이 복잡계 이론의 핵심을 이루면서 유행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미국의 수리경제학자 아더의 '록인' (lock-in:일단 수용돼 통념화한 사조나 경향성)이론과 거의 흡사해 지적 희열까지 경험할 정도였다고 적고 있다.

'금융황제' 조지 소로스가 파생금융상품이 난무하는 오늘의 미국 월스트리트를 복잡계의 전형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실을 예로 옮기면 이해가 좀 쉬울 것 같다.

복잡계 이론에 의하면 이는 '요동' 을 치는 '카오스' 상태다. 여기서 소로스는 성공적인 투자전략과 예측 수립을 위해선 '반사성' (사안별로 즉각 대응하는 복잡계 사고)에 입각할 수밖에 없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금융의 법칙이나 패러다임이 생성되고, 이어 어떤 상태에서 다음 상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황인 '상전이' (相轉移)를 거쳐 새 개념이 록인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복잡계 이론을 '한국병' , 즉 집단이기주의와 부패구조로 이어간다. 단순한 처방으로는 치유 불가능한 중병상태인 관계로 복잡계 이론에 입각한 종합처방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이 책은 현재 나와 있는 복잡계 관련서로는 가장 쉬운 저술로도 기록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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