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현장에서] 대덕연구단지 속 모르는 질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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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2일 대덕연구단지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의 정부출연연에 대한 감사는 '겉핥기식 국감' 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자리였다.

아무리 뛰어난 국회의원들이라도 20여개 이공계 연구소와 관련 3개 연구회 등 모두 23개 기관을 하루에 제대로 감사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었다.

실제 이날 감사에서 의원들은 연구기관의 성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초점없는 감사가 진행됐다.

한 예로 국민회의 A의원은 자기부상 열차와 관련한 질의를 소관 연구기관(기계연구원) 아닌 철도기술연구원 쪽에 했다가 황급히 보도자료를 정정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의원들은 대부분 각 연구소의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과학기술 일반이나 연구소의 현황파악 수준에 머무르는 질의로 일관했다.

7천여쪽에 이르는 의원들의 요구 답변자료의 방대함과 달리 정작 내용은 속빈 강정이었다.

예컨대 20여개 연구소에 공통으로 던진 '연구기관 유사명칭 사용사례와 이에 따른 과태료 부과현황' 등 상당수 질의는 연구기관의 본질 파악과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피감기관으로부터 '해당사항 없음' 이라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의원들에게 할당된 15분의 질의 시간은 1개 연구소의 문제를 제대로 따지기에도 빠듯했다.

한 출연기관 관계자조차 "이런 식의 국정감사라면 시간과 인력을 낭비해가면서 구태여 할 필요가 있느냐" 고 반문했다.

대덕단지의 한 고위간부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무위가 올해 처음 연구소를 대상으로 국감을 실시하다 보니 이런 저런 문제가 빚어지는 것 같다" 고 말했다.

그간 과기통신위가 맡았던 이공계 연구소에 대한 감사가 정무위로 넘어온 것은 대부분의 출연연구기관을 총리실에서 감독하게 됐기 때문이다.

정무위와는 대조적으로 과기통신위의 경우 전직 과기부장관 출신이 3명이나 되는데다 이공계 교수.의사 출신도 포진해 비교적 깐깐한 국감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박사연구원은 "연구소에 대한 국감 일정을 늘리든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전문성 높은 과통위에 맡기는 게 나을 것 같다" 고 말했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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