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감청 칼빼든 감사원 정치권선 배경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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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법 감청 논란에 대해 감사원이 특별감사라는 칼을 빼들었다. 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이 국정감사 답변(11일)에서 "가급적 이른 시간 내에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 고 밝혔기 때문이다.

불법 감청 논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의 주요 현안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배경에 대해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일단 특감 실시 방침은 李원장의 결단에 따른 것이라는 게 감사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초 실무자들이 준비한 답변은 정보통신부에 대한 일반감사가 내년초로 예정돼 있는 만큼 그때 감청문제를 다루겠다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李원장이 특별감사로 강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일반감사와 달리 특별감사는 특정 사안에 대해 감사인력을 집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李원장의 발언과 때맞춰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12일 국무회의에서 도.감청을 언급했다. 金대통령은 "불법은 없지만 국민의 오해에 대해선 당당하게 설명할 것" 을 강조했다. 때문에 정부 차원의 의지를 강조한 金대통령의 발언도 감사원의 특감방침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그러나 거꾸로 이 대목은 자칫 감사원 특감의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특감을 하려면 검찰.경찰.군 수사기관, 그리고 국가정보원 등 이른바 권부 핵심기관들을 감사대상 기관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어쨌든 감사원은 특감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감사기관으로서의 첫 단추를 끼웠다. 특히 李원장은 감사원장 취임 후 첫번째 대형감사로 기록될 이번 특감을 어떻게 다뤄나갈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됐다.

감사원은 李원장의 국감 답변을 계기로 이미 내부적으로 특감 실시를 위한 워밍업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대상기관이 여러개인 만큼 각 국(局)의 인력들을 모아 특별팀을 구성한다는 계획도 마련 중이다.

감사는 다음달부터 불법 감청 여부에 대한 직무감찰과 장비구입.운용의 적정성 등을 가리는 회계감사 등 두 갈래로 진행될 것이라고 한다. 성역없는 감사로 기록될지, 구색 맞추기에 그칠지 주목된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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