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수출 실적 복병…상승세 낙관은 일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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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8월 증시는 무더위 속에 곡식 영글듯이 실속이 있었다.

종합주가지수만 놓고 보면 그랬다. 지수는 600대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던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을 비웃듯이 가파르게 올라 800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것도 전세계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나홀로 이룩한 성과였다.

견인차는 역시 외국인이었다. 8월 중 1조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시장을 뜯어봐야 한다.

우선 거래대금은 여전히 1조5000억원대에 그칠 정도로 부진했다. 8월 종합지수 상승의 20%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이면서도 시가총액 9위인 LG카드의 주가가 뜀박질한 덕분이었다. 증시의 기초 투자여건이 좋아졌다기보다는 5월 이후 주가가 워낙 많이 떨어진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아직은 짙어 보인다. 정부의 기습적인 콜금리 인하가 꽉 막힌 투자심리 한쪽을 뚫어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약효는 대충 마무리돼 간다고 봐야 한다.

이번 주 시장의 눈길은 단연 수요일(9월 1일) 나올 8월 수출실적에 집중된다. 내수부진 속에 외끌이로 경기를 떠받쳤던 수출의 증가세가 과연 둔화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심하게 쪼그라드는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에 대한 경기 부양 압력도 더 커질 것이다. 같은날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도 관심거리다. 물가가 치솟은 것으로 드러나면 정부로선 금리를 더 내리기가 힘들 수 있다.

시장이 정부의 내수부양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경기회복 시기가 앞당겨지길 기대해서다. 당연한 말이지만, 경기가 살아야 주가도 제대로 오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시장이 전체적으로 시들해도 실적 좋은 기업 주가는 탄탄한 법이다. 사례는 많다. 주당 순이익과 주당 순자산이 함께 증가한 기업들 주가는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보다 평균 5%포인트 더 올랐다. 외국인들이 주로 사는 종목이 주가가 더 오른다지만 알고 보면 그런 종목은 대개 이익은 많고 빚은 적은 기업이다. 시장의 흐름이 혼란스러울수록 실적 좋은 기업을 고를 일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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