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맥짚기] '김칫국' 투자 낭패보기 십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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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표한 개발계획이라고 다 믿어서는 안된다.

중간에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선거 등을 의식한 공약(空約)성 개발사업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개발사업에 투자할때는 그래서 사업주체의 신뢰성보다 사업의 실현 여부를 더 따져봐야 실패하지 않는다.

사실 이런 내용을 제대로 챙겨 보기란 쉽지 않다. 분양업자나 개발업자의 말만 믿고 덜렁 투자했다 큰 손해를 당하는 일이 흔하다.

부동산업자들이 지방의 불모지를 개발예정지로 속여 팔 수 있는 것도 다 이런 매락으로 해석된다. 개발업자들의 투자자 모집 방식은 날로 지능화하고 있는 데 반해 투자자들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업주체의 개발계획이 전혀 서 있지 않은 사업을 대상으로 사전에 1천여명의 투자회원을 모집한 일이 벌어졌다.

개발대행사인 W사는 철도청이 추진예정인 서울 용산국제업무단지의 시행 주관사로 자처하고 언제 건립할지도 모르는 이 단지내 상가 투자회원을 모집했다.

서울시가 용산역 일대를 최첨단 국제업무 단지로 개발한다고 발표해 이를 토대로 투자회원을 모집하게 됐다고 이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땅 주인인 철도청은 "현재 차량 정비창으로 사용하고 있는 20여만 평의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전혀 서 있지 않은 상태" 라며 "따라서 현재로선 사업 주관사가 있을 수 없고 설령 개발이 추진된다 해도 그렇게 쉽사리 진행될 입장이 못된다" 고 밝혔다.

철도청의 주장대로라면 현재로선 W사는 백지 상태의 개발사업을 앞세워 투자회원을 모집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회사는 왜 이런 위험한 일을 벌였을까. 이 개발계획이 추진되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W사는 이 사업의 주관사로 선정되면 상가 우선 분양권을 준다는 조건으로 투자 회원을 모집했고 더욱이 회원들의 투자비는 각 개인 앞으로 적금을 들어놓아 설령 사업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돈을 날릴 염려가 전혀 없다는고 말한다.

그러나 이 회사가 당초 설명한 사업계획을 믿고 나름대로 투자계획을 세운 회원들로선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피해는 불가피하다. 기회손실 비용도 그렇고 투자계획 차질에 따른 허망감도 무시 못할 손실이다.

문제는 W사가 투자회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느냐는 것이다. 사업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투자를 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다 투자자들 몫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기가 된다.

사실 이런 방식의 투자자 모집은 W사 만이 아니다. 용산역 등 개발 잠재력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이와 같은 방식의 투자자 모집방식은 종종 있었다.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기에 '떼돈 번다' 는 맹목적인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믿었다간 화(禍)를 면키 어렵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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