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신문,우리도 만든다] 3. 학교신문-친구들 생각 잘 들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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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서로 이어줄 수 있는 학교신문.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아내면 우리 학교의 어제.오늘.내일이 가장 생생하게 살아 숨쉬게 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고민하면서 실제로 신문을 만들고, 읽고, 또 그 신문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주고 받는 과정 전체가 신나고도 바람직한 교육활동이다.

여기에 우리 학교와 관계있는 사람들의 공동관심사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 조사를 바탕으로 학교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고 ▶그래프로 나타내기▶토론▶독자투고▶학교방송용 원고로 쓰기 등 다양한 NIE활동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학교신문을 만들 때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기사를 실으면 학생.교사.학부모의 의견을 모두가 알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대의민주주의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더구나 여론조사 기사는 매우 눈길을 끌기 쉬운 장점도 있다. 여론조사란 과학적 접근방법이므로 다음의 몇 가지 점들을 지켜야 한다.

한 조사에 너무 욕심을 내면 안된다. 단체급식이나 수행평가처럼 학교운영에 관한 관심사항들 가운데 한 가지를 정해 조사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첫번째. 이와 관련된 궁금한 사항들로 설문문항을 만든다. 그래야 현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고 대안도 제시할 수 있다.

전체 의견을 모두 조사하려면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표본집단을 선정해 조사하는 것이 여론조사. 따라서 표본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초등학교라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골고루 표집해야 한다. 전체 학생 수가 1천명인 학교에 1학년과 2학년은 각각 2백명이고, 3학년부터 6학년까지는 각각 1백50명이라고 하자.

이 경우 1백명을 조사한다면 1학년과 2학년은 각 20명씩, 3학년 이상은 각 15명씩 조사한다. 즉, '학년별 학생수와 비례' 해서 조사대상자수를 정하는 것이다. 또 1학년에서 20명을 조사할 때도 만약 10학급이면 한 학급에 2명씩 조사하도록 배분한다.

그 2명을 뽑는 기준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만약 1반에서 가장 키가 큰 학생과 가장 키가 작은 학생을 뽑았다면 나머지 전 학급에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1반에서 17번 학생과 47번 학생을 조사키로 했다면 나머지 학급에서도 똑같이 한다.

흔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론 직접면접조사.전화조사.우편조사 등이 있다. 학교운영 실태를 전반적으로 1백여문항 가량 조사를 한다고 하자. 이 경우라면 심층적인 질문에 적당한 직접면접조사를 권할만 하다.

만일 응답자들이 신원을 밝히기를 꺼릴만한 상황이라면 우편조사를 해도 좋다. 조사대상자로 선정한 학생의 집으로 설문지를 발송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많은 질문에 대한 자세한 답변을 듣는데 적당하다.

만약 10여개 문항에 대해 간단하고 신속한 조사를 원한다면 인터뷰 조사나 전화조사가 좋은 방법. 인터뷰 조사라면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손쉽게 할 수 있다. 전화조사라면 응답자가 집에 있을 저녁시간에 집으로 전화해서 간편하게 의견을 취합한다.

궁금한 것은 모두 묻되 유도하는 질문이 있으면 안된다. 직접면접 조사라든가 우편조사를 한다면 1백여 문항에 이르는 질문, 또는 주관식 질문도 가능하다.

그러나 간단한 인터뷰 조사라든가 전화조사에서는 가급적 10여 문항 안팎의 객관식(예;사지선다형)질문을 활용한다. 어려운 단어는 피하고 되도록이면 대화체로 설문지를 만든다. 응답항목은 다양한 의견을 두루 모을 수 있도록 꾸민다.

조사하는 사람의 편견에 따라 응답항목을 만들면 오히려 여론을 왜곡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 예비조사를 할 때는 약 10명 정도의 그룹을 대상으로 질문마다 나올 수 있는 가상의 답변들을 들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장선생님께 건의하고 싶은 사항' 이란 질문이라면 조사하는 사람의 주장은 젖혀두고 10여명한테서 의견을 들어 본 후 응답항목을 만든다.

또 질문지를 만들 때는 응답하기 쉬운 것부터 묻기 시작해 점점 어려운 순서로 질문한다. 처음부터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면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조사하는데 필요한 면접원을 선정해 미리 교육해야 한다. 이 때 모든 질문에 대해 빠짐없이 응답을 받도록 하며, 절대로 유도하는 질문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응답한 학생의 답변 내용에 대해서도 비밀을 지켜줘야 한다. 한데 모은 응답지들 가운데 약 10%를 뽑아 검증절차를 거쳐야 조사가 정확해진다.

만약 학생 1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면 그중 10명 정도의 답안지를 제비뽑기식으로 골라 답안지 내용 중 한 두 문항 정도를 다시 묻는 것. 조사 당시에도 똑같이 답변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면접원이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를 확인한다.

응답내용은 바를 정(正)자로 센다. 원래는 SPSS나 SAS등의 통계프로그램을 사용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초.중.고교생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각각의 질문마다 응답내용을 칠판에 正자를 그리며 세다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도 되고 응답내용을 학생들이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한두 차례만 여론조사를 해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여론조사는 전문가가 하는 것' 이라는 편견만 버리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김행 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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