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33. 나는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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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흔히 한신대학교의 학문적 분위기를 국내 대학현실에 비추어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이것은 아마도 험난한 한국현대사를 우회하지 않고 이 땅의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그리고 지식인운동을 통해 보여준 치열한 정신과 학문적 성과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한신성' 이라고 부른다. 70년대 휴교령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80년대 한국사회구성체 논쟁에서는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 후로도 노동.복지.통일문제에 대한 이론적 개입을 멈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대학은 '진보적 지식인의 터전' 이라는 말을 쉽게 듣게 된다. 한신대에는 실천적.이론적 방면에서 일가를 이룬 교수들이 많다.

그러나 오늘의 '한신성' 을 가꾸어가는 또 하나의 기반은 한신의 역사 속에서 훈습된 젊고 역량있는 교수들이다.

이들은 외부 연구단체의 구심에 서있으면서도 학내의 학문간 대화의 장인 월례토론회 등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모든 것은 투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신의 지식인들이 '제3의 길' 을 기웃거리지 않고 우리의 길을 묵묵히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민주적이고 깨끗한 학문공동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격랑 앞에서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관대한 마음으로 다시 우리 시대의 학문과 우리 학생들을 침착하게 돌아보고 있다.

여기서 자란 학생들이 '뿌리가 바르니 잎사귀도 제 색을 내지(根正苗紅.근정묘홍)' 라는 말을 들었으면 한다.

이희옥 교수 <중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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