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 '모종의 고려' 드러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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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회 재정경제위의 6, 7일 이틀간 국세청 국정감사는 보광.한진.통일 등 3개 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안택수(安澤秀.한나라당)의원은 "3개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영화로 보면 후편에 속한다" 면서 "97년 대선 당시 3개 그룹 모두 김대중 후보에게 협조하지 않았다는 전편은 베일 뒤에 감춰져 있다" 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러나 보광그룹 세무조사의 경우엔 그간 국세청 발표와는 달리 '모종의 고려' 가 있었다는 점을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의 진술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

우선 "중앙일보 인수자금 출처를 조사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했다" 는 6일 安청장의 답변을 통해 처음부터 중앙일보와 삼성의 분리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조사를 벌였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조사를 담당한 김성호(金成豪)서울지방국세청장 역시 7일 "(洪사장이)중앙일보 주식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주식 인수자금을 증여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한 것" 이라고 보다 상세히 설명했다.

金청장은 답변 도중 보광의 경우 법인세 신고 성실도 분석 외에 "계열사간의 주식 취득 분석과정에서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洪사장 일가가 주식 위장매매를 한 것이 아닌지 파악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한 것" 이라는 이유도 열거했다.

金청장은 특히 "조사착수 당시 중앙일보를 못박지 않은 것은 언론사 사주에 대한 세무조사라는 오해가 있어서 보광 사주라고 이야기한 것" 이라고 밝힘으로써 처음부터 '중앙일보 사주 홍석현' 에 대한 세무조사였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세무조사 과정 군데군데 청와대가 개입된 흔적도 확인됐다.

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은 개별기업 세무조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는 '금기' 를 깨고 언론에 알렸다.

또 조사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安청장은 김중권(金重權)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다. 그는 "보도자료만 주고 돌아왔다" 고 주장했다.

그는 보광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대통령도 신문을 보고 알았을 것" 이란 상식 밖의 대답도 했다.

한편 보광 세무조사에 '정치적 의도' 가 깔려있음을 감지하게 만들었던 몇가지 정황들에 대해선 安청장 스스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서울청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자행' '기도' '은폐' 등의 단어를 사용해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려 한 부분에 대해 安청장은 "앞으론 표현을 신중히 하겠다" 고 말했다.

특히 2백여개의 휴면계좌까지 포함시켜 차명계좌 수를 부풀려 발표한 것과 관련, 앞으론 통장수를 밝히지 말라는 의원들의 지적을 수용, "그렇게 하겠다" 고 약속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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