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주식…" 집.장사밑천 날린 '개미군단' 후유증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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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식투자로 거액을 날린 공무원 朴모(36)씨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데다 부부싸움도 잦아져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무실 동료들 사이에 주식 붐이 인 지난해부터 주식투자에 나선 朴씨는 종합주가지수가 300선 밑으로 내려간 지난해 6월 신혼초부터 모아온 전재산 4천여만원을 몽땅 날렸다. 그는 급기야 지난 5월 2천만원을 대출받아 다시 투자에 나섰지만 주가지수가 1,000을 돌파하던 지난 7월에도 1천만원을 손해보고 망연자실해 있다.

올 상반기부터 주가지수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자 직장인.주부.대학생 등이 앞다퉈 증시에 뛰어들면서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손해만 본 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보력.경험 없이 덤벼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가정불화를 빚거나 생업까지 지장받고 있는 실정이다.

의류 제조업체를 경영하는 李모(40)씨는 지난 5월 사업자금 1억원으로 모 전자업체 주식을 샀다가 한달여만에 5천여만원의 수익을 냈다.

'이게 말로만 듣던 횡재' 라고 생각한 李씨는 아예 전용 컴퓨터시스템을 설치하고 여러 종목에 수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투자금의 3분의2 가량을 손해본 채 요즘은 사업까지 팽개친 상태다.

등록금을 날린 대학생도 적지 않다. 崔모(27.K대 경영4)씨는 미국으로 이민간 부모님이 1년치 생활비와 등록금으로 보내준 1천만원을 투자했다가 8백여만원을 손해본 뒤 친지들에게 꿔 간신히 등록을 해야 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가계대출금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보다 약 7조원이 증가한 일반자금 대출금의 대부분이 증시에 투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21일 "대우사태 이후인 지난 7월 19일부터 9월 17일까지 투자 주체별 순매수 상위 20종목(거래대금 기준)의 평균 주가를 비교한 결과 개인투자자의 주가는 평균 11.79% 하락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경우 각각 평균 5.15%와 1.8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밝혔다.

김성탁.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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