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200% 넘는 기업 자금조달 어려워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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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내년부터는 부채비율이 2백%를 넘는 기업의 경우 은행 돈을 빌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회사채나 기업어음(CP)발행이 어려워지는 등 자금조달 길이 막히게 된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28일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총동창회 초청강연을 통해 "올해말부터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기준이 도입됨에 따라 은행들은 부채비율이 2백%를 넘는 대기업 대출을 고정 이하의 부실우려 여신으로 분류, 10~30%의 대손충당금을 쌓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새 여신분류기준에 따르면 은행들은 요주의(3개월 이하 연체)여신은 2% 이상, 고정(3~6개월 연체)여신은 20% 이상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결국 부채비율이 2백%가 넘는 기업은 부실징후 기업으로 간주, 아예 돈줄을 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해당기업은 신용등급이 떨어져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회사채.CP발행도 어려워져 조금만 자금사정이 나빠져도 퇴출위기로 몰릴 수 있다.

李위원장은 이와 함께 "투신 불안 해소를 위한 조기 공적자금 투입은 없을 것" 이라고 강조, '11월 대란설' 등에 대비한 공적자금 투입은 일러야 11월초에나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일부 투신권의 주장처럼 섣불리 공적자금을 집어넣을 경우 투신사들의 무분별한 투자나 고객유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는데다 되레 실적배당 상품도 덩치만 키워놓으면 정부가 대신 물어준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이종구(李鍾九)금융정책국장은 "공적자금 투입은 최후의 수단으로 신중히 결정할 것" 이라고 전제하고 "만약 투신권에 공적자금이 투입될 경우에는 부실책임을 철저히 따져 해당 회사 경영진에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李위원장은 대우문제와 관련, 대우그룹의 자산부채 실사가 어느 정도 이뤄지는 10월 중순께면 채권단의 손실분담 산정이 가능해지는 만큼 우선 대우중공업.대우전자.대우통신.오리온전기 등 4개사가 발행한 12조8천억원어치의 회사채.CP를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서 정상 유통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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