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산책] 표정 과장 클레이메이션 효과 만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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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광고제작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제작기법 중의 하나가 바로 클레이메이션이다.

클레이메이션은 진흙인 클레이 (Clay) 와 만화영화를 뜻하는 애니메이션 (Animation) 의 합성어. 말 그대로 진흙으로 만든 인형의 동작을 하나 하나 수 (手) 작업으로 움직인 뒤 그 모습을 촬영해 만화영화처럼 연속 동작으로 이어 붙인 것을 말한다.

보통 20초짜리 광고 한편을 만들려면 짧아도 3~4개월, 길면 1년 이상 손이 가야 하는 까다로운 제작 방식이다.

빠르면 열흘 안에도 광고 한편을 뚝딱 만들어 낼 정도로 호흡이 짧아진 요즘 광고업계에선 웬만한 용기가 아니면 고개를 젖게 되는 제작 형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작사들이 이 기법을 고집하는 것은 찰흙이 주는 특유의 질감 덕에 만화 또는 컴퓨터 그래픽으로도 얻기 힘든 색다른 감성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려제약 감기약 하벤 F 광고 (대홍기획) 도 바로 이런 이유로 4년 이상 클레이 광고를 고집하고 있다.

최신편에서는 감기에 걸린 아내를 위해 하벤을 사러 가는 탤런트 박철이 약국에 가는 도중 그만 약 이름을 잊어 버린다.

그 순간 옆에서 심한 기침을 해대는 여인 덕에 브랜드 명을 떠올린다는 내용이다. 이때 기침으로 이글어지는 여인의 얼굴이 바로 클레이메이션 기법으로, 과장된 표현 효과를 극대화 했다.

최근엔 클레이메이션의 효과를 살리면서도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대안의 하나로 애니매트릭스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진흙과 비슷한 질감을 내는 실리콘 재질의 인형 안에 원격 조정이 가능한 미니 로봇을 집어 넣어 다양한 움직임과 표정을 연출하는 기법이 바로 그 것.

일명 '우물안 개구리' 시리즈로 통하는 LG텔레콤 019 PCS에 등장하는 개구리도 이 기술 덕에 전화도 걸고 공중재비도 하는 동작이 가능했다. 참고로 이 광고에 선보인 개구리 인형은 칸느 광고 대상을 차지한 버드와이저 광고에 출연 경력이 있는 개구리 모델을 가져와 겉모습과 색깔을 한국적으로 분장시킨 것이라고.

동양제과 스낵인 고래 밥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고래와 옥상 위의 꼬마 모습 역시 클레이메이션 효과를 최대한 살린 매트릭스 기법을 활용했다.

제일기획 이경훈 대리는 "애니매트릭스는 애니메이션이나 클레이메이션 작업처럼 일일이 한 장면 씩 잡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어 점차 클레이 인형들이 주무대로 등장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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