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평화헌법 개헌논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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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 집권여당 자민당 (21일) 과 제1야당인 민주당 (25일) 이 잇따라 총재선거를 치른다.

자민당의 경우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총리가 10개월만에 지지도가 하락하기 시작했지만 주요 파벌들의 지지를 받고 있어 재선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간 나오토 (菅直人) 대표와 하토야마 유키오 (鳩山由紀夫) 간사장 대리의 접전에서 점차 하토야마쪽으로 추가 기울고 있다.

양당의 선거는 당권의 향배보다 헌법개정 논쟁으로 더 뜨겁다.

자민당의 야마사키 다쿠 (山崎拓.전 정조회장) 후보와 민주당의 하토야마 후보는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이번 선거가 헌법개정론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자민당 = 오부치 총재와 가토 고이치 (加藤紘一) 전 간사장.야마사키의 세 후보 가운데 호헌론자는 한명도 없다.

특히 방위청장관을 지낸 야마사키는 개헌론의 선봉에 서서 전쟁 포기를 담은 평화헌법 9조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부치도 현직 총리인 만큼 딱 부러진 말은 삼가지만 개헌논의 자체에는 찬성이다.

최근 회견에서 "헌법은 자구 하나 고칠 수 없는 '불마 (不磨) 의 대전 (大典)' 이 아니다" 고 밝혔다.

당내 온건파를 대표하는 가토도 개헌에는 찬성이지만 헌법 9조 개정에는 유엔상비군 설치, 아태지역내 집단안보기구 구축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수진영은 개헌론이 총재선거의 쟁점이 된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다.

◇ 민주당 = 야당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개헌론을 들고나왔다.

특히 하토야마는 헌법 전문과 9조를 모두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자위대가 군대이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며 전력 (戰力) 보유의 명문화를 주장한다.

13일에는 "일본이 침략을 받았을 때는 징병제도 고려할 수 있다" 고 말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간 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9조 개정보다는 자위대의 유엔평화유지군 (PKF) 참가에 적극적이다.

사회당 출신의 요코미치 다카히로 (橫路孝弘.총무회장) 후보만 호헌파로, 외롭게 개헌론과 징병제를 비난하고 있다.

하토야마는 개헌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분당도 불사한다는 입장이어서 경선후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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