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투명경영에 세제혜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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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벤처기업을 포함, 기업의 건전성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것이 기업의 투명성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이후 기업의 회계 투명성이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자 기업 투명성에 대한 전반적 인식도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졌다.

벤처기업의 투명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크게 기업가의 가치관과 제도적 환경으로 구분된다.

전통적 기업관에서는 사장이 모든 위험을 부담하고 수익도 사유화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벤처기업에선 사유화 개념이 약한 편이다.

이는 벤처기업이 자금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인의 역량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벤처 경영자들의 교육적 배경.종교적 신념.성격.해외경험 등도 기업 운영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들어 고학력 벤처 경영자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대체로 자긍심이 크고 기업을 투명하게 이끌어가려는 의지가 강한 특성을 갖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벤처기업의 조직내 시스템도 투명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기업 내 지배구조, 지분구조 및 이윤분배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 투명성에 대한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배구조의 경우 벤처기업은 법적 요구사항이 많지 않고 또한 투자자의 감시기능도 미약하다.

따라서 창업자의 경영방침이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부족해 투명경영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투명성 결정요인은 사회제도다.

기존의 거래관행, 금융기관의 미약한 감독기능, 서류위주의 정책과 정부규제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사업성이나 미래가치 보다 제출서류에 심사기준을 맞추다보니 부정직한 정보제공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또 이러한 심사를 통해 유망한 기업보다 '요건만을 갖춘' 기업에 자금이 지원되는 등 비효율적 배분이 이뤄지기도 한다.

벤처기업의 투명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개별기업 차원에서 기업가가 주체적으로 투명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투명경영을 통한 성과와 방법을 사례화해 이를 확산시킴으로써 모방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또 현재 기업마다 투명성의 수준이 다르므로 자사 (自社) 의 투명성 수준을 측정, 평가해 보고 이를 기초로 장기적인 개선방안을 설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도출된 투명성 지수는 경영자 자신 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자의 기업평가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벤처기업의 투명성 향상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벤처관련 정책과 법률제도 등 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 틀을 마련해 적용하다 보면 또 다른 규제가 꼬리를 물고 나타나 오히려 제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정치.사회 개혁을 통한 뇌물수수 및 비자금 조성 관행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한다.

또 고의적으로 왜곡된 경영정보는 투자자 및 기타 이해관계자에게 공개돼야 한다.

벤처기업의 불투명적 경영으로 이해 관계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 현재는 미미하게 처벌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투명경영에 대해 과감한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 많은 벤처기업의 동참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벤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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