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계 금융기관 대출회수 움직임에 기업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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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해외 금융기관들이 일부 국내 종합상사 및 대기업에 대한 돈 줄을 죌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대우 사태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재벌개혁 등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몇몇 해외 금융기관들이 이들에 빌려준 여신을 회수하거나 만기 때 고율의 추가 이자 또는 상환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아직은 여신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일부 유럽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는 이런 분위기가 규모가 큰 미.일 금융기관에까지 확산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A상사 관계자는 "다국적 금융기관인 H.I은행 등이 만기 여신을 무조건 상환하라고 요구해 왔다" 면서 "그동안 좋은 조건의 금리를 적용받은 것은 물론 만기를 자동 연장받아오다시피 해왔는데 대우사태 이후 사정이 달라졌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는 한도를 줄이겠다는 구두 통보를 해왔다" 고 덧붙였다.

B상사 관계자도 "한국과 거래하는 일부 유럽계 은행들이 국내 종합상사들에 대해 일제히 여신 회수에 나선 것으로 안다" 면서 "아직은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곳까지 합세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어 해외금융팀.자금팀을 중심으로 정보수집과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외국 금융기관들의 이런 움직임은 ▶대우 채권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종합상사의 높은 부채비율에 부담을 느끼는 등의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외환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내 종합상사의 외화차입금 잔액은 지난 6월말 현재 23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심지어 5대 재벌을 비롯한 일부 재벌 계열사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집단 여신회수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서로 정보교환을 활발히 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김동섭.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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