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민여성 개성 살려 다양한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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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12일 경북도청의 행정인턴으로 임명장을 받은 결혼이민여성들. 사진 왼쪽부터 장리좐(30·중국 출신),멍흐체첵(24·몽골),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수미(24·베트남)씨. [경북도 제공]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12일 도청에서 처음으로 채용한 결혼이민여성 행정인턴 3명에게 임명장을 주었다. 이들은 지난 9월 공개 채용을 통해 선발돼 12일부터 도청에서 다문화가족지원과 투자유치부서 번역 등 3개 부서에서 업무를 보조한다. 급여는 한달에 100만원 정도.

이날 임명장을 받은 몽골 출신의 멍흐체첵(24·영천시)은 몽골 나라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몽골의 농업 실정과 경제 사정에 밝은 편이다. 그는 한국에 온 지 2년 정도지만 외국인 말하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한국어가 유창하다. 멍흐체첵은 도청 FTA농축산대책과에 배치돼 몽골 농업개발 업무를 돕는다.

중국 출신 장리좐(30·경산시)은 2001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시부모와 함께 살며, 한글과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장리좐은 투자유치과에서 번역과 중국어 홈페이지를 관리하게 된다. 장리좐은 “경북도에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자 8000명 시대=경북도의 결혼이민자는 2009년 5월 현재 8057명. 이 가운데 여성은 7764명이다. 이 숫자는 서울·경기·인천·경남에 이어 광역자치단체로 다섯번째 규모다. 이들은 포항시에 가장 많은 1091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구미시·경주시·경산시에 각각 500명 이상이 살고 있다.

결혼이민여성의 출신 국적은 현재 베트남이 3266명으로 가장 많다. 베트남 출신은 지난해까지 1위였던 중국 출신을 앞질렀다. 그 다음은 필리핀·일본·태국·몽골 등의 순이다.

경북도는 결혼이민자 8000명 시대를 맞아 이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경북도는 올해 경북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통해 초등학교 방과후 영어교사 80명을 교육시켜 이 가운데 29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주로 필리핀 출신이다. 경북도 공무원교육원은 또 결혼이민여성 1명을 영어 강사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결혼이민여성 20명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했다.

◆학위 취득도 지원=전국 100곳 중 경북에 13곳이 있는 다문화지원센터에는 결혼이민여성 통·번역사 14명이 배치돼 있다. 특히 구미시 다문화지원센터는 결혼이민여성 3명에게 간호조무사 시험 공부를 지도, 최근 치른 시험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혼이민여성들은 입국한 지 오래지 않은 같은 처지의 다문화가정을 찾아 한글과 아동 양육을 지도하는 방문교육지도사로도 21명이 활동하고 있다. 또 중국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2명은 경북여성긴급전화1366에서 결혼이민자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북도 여성청소년가족과 윤희란씨는 “올해 결혼이민여성 180여 명이 새로 일자리를 얻었다”며 “일자리가 결혼이민여성의 정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내년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결혼이민여성 30명을 뽑아 전문대학 입시 준비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위를 받아 취업 길을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경북도는 이와 함께 다문화가정 부부가 함께 취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기로 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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