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수구] 현대판 지중해 해전 로마 후예들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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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일대의 패권을 놓고 겨뤘던 '헬라'와 '로마'의 후예들이 27일 맞붙었다. 아테네 올림픽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여자 수구 결승전.

국기를 흔들며 "엘라스(Hellas)"를 외치는 그리스 관중 사이에서 이탈리아 응원단도 질세라 삼색기를 흔들었다. 수구는 골키퍼를 포함해 7명이 최소 수심 1.8m 이상의 풀에서 3×0.9m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경기.

'절대 열세'라는 예상과 달리 그리스가 초반 맹렬한 투혼으로 4-2까지 앞서나가면서 경기장은 열광에 빠져들었다. 한 그리스 청년은 "기대도 안 했는데 결승에 오르더니 오늘은 정말 잘하네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4피리어드까지 7-7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3분×2피리어드)에 접어들었다. 그리스가 먼저 9-7로 달아났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곧바로 두 골을 따라붙었고, 종료 54초를 남기고 열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역전승을 거뒀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이탈리아 감독은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로 풀에 뛰어들었고, 선수들은 감독을 물속에 밀어넣으며 환호했다. 그리스 관중도 "엘라스 다라, 오마 다라(위대한 그리스, 위대한 팀)"를 연호하며 '헬라의 인어들'을 격려했다.

아테네=정영재 기자

◆ 수구는=골키퍼를 포함해 7명이 최소 수심 1.8m 이상의 풀에서 3×0.9m의 골대에 공을 집어넣는 경기다. 30×20m(여자는 25×17m)의 풀에서 7분 4피리어드의 경기를 치른다. 물속으로 머리 처넣기, 발로 차기, 꼬집기, 수영복 벗기기 등 다양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상대를 막는다. 남자는 1900년 파리 대회부터 시작됐고, 여자는 2000년 시드니 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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