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강, '법정관리 4학년'…노사합심 재기 구슬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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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3공단내 타이어 금형제조회사인 ㈜미강의 작업라인에선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4년간의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사내방송이 흘러나왔기 때문.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버티지 못하고 넘어진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를 기술투자와 임직원들의 단결된 힘으로 극복하고 이룬 성과였기에 종업원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타이어 금형에 관한 한 세계 2~3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미강이 시설투자에 따른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은 94년 12월. 중소기업에 있어서 부도는 끝장이라지만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이 회사 임직원들은 달랐다.

사주가 부도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당시 감사였던 석종기 (昔鍾璂.47) 상무와 두성균 (杜城均.50).김영재 (金暎宰.59) 관리인을 중심으로 재기의 각오를 다졌다.

우선 96년 법정관리 인가로 채무가 동결되자 자금순환에 숨통이 트였다.

또 미강의 기술력을 인정하던 주거래선 한국타이어는 물량을 미리 발주하는 방법으로 자금지원을 해줬다.

1백80여명의 임직원들이 한마음이 되어 노력한 결과 미강은 올해초 ISO인증을 획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8월엔 아리랑구조조정기금으로부터 80여억원의 신규투자자본을 유치했으며, 조만간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청사진까지 마련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올해 초 노조가 새로 만들어지고 민주노총 지침에 따라 4월부터는 파업에 돌입한 것. 그러나 노사는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한 끝에 15%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했다.

매출액이 법정관리 첫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고 순이익도 급증하자 법원도 결국 이 회사를 법정관리에서 조기졸업시키기로 결정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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